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후지코시 근로정신대 소송 원고인 김정주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후지코시 근로정신대 소송 원고인 김정주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9일 미쓰비시 소송 2건 선고

앞선 전원합의체 선고 영향에

日 기업 손배 책임 인정할 듯

양국 간 외교마찰 심화 전망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의 강제징용과 근로정신대 책임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29일 이뤄진다. 미쓰비시의 강제징용 책임 유무와 근로정신대와 관련해 처음으로 나오는 대법원 판결 결과라 귀추가 주목된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이날 오전 10시 고(故) 박창환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23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을 선고한다.

같은 재판부(주심 조재연 대법관)에서 양금덕(87)씨 등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도 판결한다. 이는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에 대한 첫 확정판결이다.

박씨 등 1944년 9∼10월 강제징용돼 일본 히로시마 구(舊) 미쓰비시중공업 기계제작소와 조선소에서 일한 피해자들은 앞서 일본 법원에 미쓰비시에 대한 손해배상과 미지급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국내에 처음 소송이 접수된 것은 지난 2000년 5월 1일이었다. 이 사건 2007년 2월2일 1심은 “박씨 등의 손해배상 채권은 이미 시효로 소멸했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09년 2월 3일 2심에서는 기존 일본 판결을 인정, 원고 패소 판결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2년 5월 24일 대법원은 “청구권이 소멸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했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신의 성실의 원칙에 반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미쓰비시에 대한 청구권은 1965년 박정희 정권 시절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인해 소멸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다시 열린 2심은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구 미쓰비시중공업과 다른 기업이라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고 원고 1명당 위자료 각 8000만원씩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대법 확정 판결이 나오면 지난 2013년 9월 4일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뒤 약 5년 2개월 만에 선고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오후 미쓰비시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광주고등법원에서 전범기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31일 오후 미쓰비시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광주고등법원에서 전범기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 사건 선고 뒤 같은 재판부에서 주심만 달리한 채 양씨 등이 제기한 소송을 판결한다.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이른바 근로정신대 소송은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2015년 7월 30일 이후 약 3년 4개월 만에 나오는 결론이다.

양씨 등은 아시아 태평양 전쟁 말기인 1944년 5월 일본인 교장의 회유로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동원돼 임금 한 푼 받지 못한 채 중노동을 했다. 이들 역시 1993년 3월 1일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일본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2008년 11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2012년 국내 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 1심은 양 할머니 등 피해자 4명에게 각각 1억5000만원씩, 유족 1명에게 8000만원 등 총 6억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2심도 2015년 6월 “일본 정부의 침략전쟁 수행을 위한 강제동원 정책에 편승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로 13~14세 소녀들을 군수공장에 배치, 열악한 환경 속에 위험한 업무를 하게 한 것은 반인도적 불법행위”라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양씨 등 피해자 3명에게 각각 1억 2000만원씩, 다른 피해자 1명에게 1억원, 유족에게 1억 208만원 등 총 5억 6208만원으로 배상액을 조정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청구권협정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만큼 두 사건 모두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신일본제철 판결과 마찬가지로 일본과 외교적 마찰이 또 다시 있게 될 거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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