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나 당시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한 사과하는 자리에서 피해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27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나 당시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한 사과하는 자리에서 피해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27

피해증언하며 특별법 제정 촉구

법안 3년째 국회서 잠자는 중

검찰총장 사과 물꼬 틀까 주목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공식 사과했다. 피해자들은 문 총장의 사과를 환영하면서 그동안 당했던 참혹한 일들에 대한 증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을 위해 빠른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지난 27일 문 총장을 만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수용소 내에서 벌어진 끔찍한 인권 유린·침해 대해 증언하며 검찰의 잘못을 지적하고 특별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김대호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인 1981년 형제복지원에 처음 끌려갔다. 김씨는 친족들의 도움으로 두 차례 형제복지원을 탈출했지만, 경찰들에 의해 다시 수용소로 끌려갔다.

그는 “‘50m 근처 여인숙이 집이고 초등학교 3학년 11반 학생이다’라고 했는데도 경찰관은 제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며 “도리어 나를 차 안에서 감금하고 구타했다. 죄도 없이 한두 번도 아닌 세 번이나 잡아가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나는 친구도 없고 부모도 다 잃어버렸다. 배우지 못한 게 진짜 한스럽다”고 울음을 터트렸다.

경남 진주가 고향인 박순이씨는 부산에 사는 오빠 집에 놀러갔다가 그만 경찰들에게 붙잡혀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갔다.

박씨는 “경찰에 잡혀갔지만, 29년 동안 우리를 죽인 건 검찰도 책임이 있다”며 “그때 조금이나마 똑바른 수사를 했다면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있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총장이 선배 검사들의 잘못에 대해 사과해줘서 감사하다”며 “진상규명에 힘을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피해자 안기순씨는 “500명 넘는 수많은 영혼이 그곳에 잠들어 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치료와 혜택을 받았다면 죽지 않았을 사람도 있었다”면서 “형제복지원 특별법이 통과돼 사회 소수자, 고통 받는 힘없는 약자들이 치유되고 회복되길 바란다. 생애 남은 기간이나마 복되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당시 이 사건의 수사검사였던 김용원 변호사 역시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 국회가 하루빨리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실종자·유가족 모임 총대표도 형제복지원 사건이 진상규명이 제대로 안 된 책임이 검찰에 있는 만큼, 국회 계류 중인 형제복지원 특별법을 검찰 차원에서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2012년 국회 앞 1인 시위를 시작으로 길거리 서명, 삭발·연좌농성, 단식농성, 국토대장정, 문화예술제 등 특별법 제정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뛰었다.

2014년 한 번 폐기됐던 형제복지원 특별법(내무부 훈령 등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 규명 법률안)은 2016년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재발의 했다. 현재 이 법안은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에 필요한 재정문제 때문에 더 이상 진전이 안 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문 총장의 사과가 막혀있던 물꼬를 트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기관 차원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건 이번 문 총장 사례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과를 이끌어 냈던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김갑배 위원장) 역시 지난달 10일 “국가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추가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조사·심의 결과 발표를 한 바 있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형제복지원은 박정희 정권이 만든 ‘내무부훈령 410호’를 근거 삼아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일종의 수용시설처럼 운영됐다. 그러나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학대·성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피해자는 3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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