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울 본부 ⓒ천지일보(뉴스천지)

“어려운 이웃 도우랬더니 엉뚱한 곳에···” 시민들 분노

[천지일보=백하나·최배교 기자] ‘사랑의 열매’로 상징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공동모금회)가 공금 유용과 장부 조작 등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져 시민과 전문가에게 강도 높은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해 모금액 3318억 원을 달성할 정도로 국민의 신뢰를 받던 공동모금회 내부 비리가 알려지자 시민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방송을 통해 공동모금회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는 김은남(48, 서울시 서대문구 냉천동) 씨는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내놓은 성금이 엉뚱한 곳에 쓰여 안타깝다”며 “이런 일을 접하니 평소 기부하고 싶던 마음조차 사라진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순연(49,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씨는 “철저한 감독이 없는 성금 유용은 처음부터 예고됐던 일”이라며 “단체에 기부하기보다는 차라리 내가 직접 어려운 사람에게 기부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공동모금회 비리가 시민에게 알려진 것은 지난 17일. 한나라당 이해주 의원이 국감에서 공동모금회의 운영 현황을 전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경기 지회의 공금 유용 사례가 낱낱이 공개됐다.

보고에서 인천의 한 간부는 기부자에 받은 상품권을 분실하고도 장부를 위조해 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다른 간부는 모금 정도를 보여주는 상징물인 사랑의 온도계 발주 과정에서 부실기업인 친인척에게 3000만 원 상당의 내부 공사를 맡긴 혐의도 포착됐다.

아울러 경기지회 소속 간부는 법인카드를 이용해 3300만 원을 유흥비 등으로 쓰고 영수증을 조작한 사실까지 확인됐다. 특히 이번 비리 사건은 지회에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지방 운영위원 선출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다며 ‘폐쇄된 운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만호 계명문화대학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는 “지회 운영위원이나 사무국장은 지역 유지로 선출하기 때문에 학연 지연 등 유착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특정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예방 차원에서 전보 발령이나 순환 보직을 고려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태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도 운영위원장 선출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임원 선출 시 이사회의 회의록 공개, 시민위원 참여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공동모금회를 복수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태수 위원장은 “복수화는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그렇게 치면 정부 산하 공공기관은 여러 개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하며 “대한적십자사나 일부 기관에서도 비리가 발생하는 것을 볼 때 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운영 선출 과정부터 지역민과의 유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과 외부 감사를 통한 권력 견제 등으로 공동모금회를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사회 기부 참여를 권장하는 기관인 사회공헌정보센터의 임태형 소장은 “공기업에서도 비리가 터지는데 이를 자체적으로 감사할 수 있는 인력을 보충하고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며 “공공에서 시작한 모금 사업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내부 징계와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말에 집중되는 모금 열기에 찬물을 끼얹게 됐다는 우려에 대해 김효진 공동모금회 홍보실장은 “모금활동보다는 신뢰 회복이 먼저”라며 “모금 준비는 하고 있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예전과 똑같은 모금활동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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