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세상에 태어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다가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웰빙(Well-being)’ ‘웰에이징(Well-aging)’ 그리고 ‘웰다잉(Well-dying)’은 누구 마음에나 간직돼 있는 소망이다. 행복한 마음의 삶으로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는 웰다잉을 떠올리며, 교수 재직 시절 ‘생로병사의 비밀’이란 교양과목에서 다룬 ‘생로병사(生老病死)’를 4막의 연극 무대로 올려본다. 

인생의 제1막은 ‘축복의 메시지’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생(生; 탄생)’이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려면 부모의 만남이 이루어져야 하며, 어머니와 아버지가 태어나려면 친조부모와 외조부모의 만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위로 더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탄생은 결코 ‘우연(偶然)’이 아니라 ‘필연(必然)’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되는 과정은 탄생이 축복이라는 사실을 더욱 확연하게 보여준다. 정자가 난자에 접근해 수정되려면 3억개가 넘는 정자가 사정돼야 하며, 그중 난자에 접근하는 정자 수는 300~400개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의 자기 존재를 위한 처음 경쟁이 무려 100만:1 정도나 된다. 그리고 난자에 접근한 정자 중 하나가 난자에 들어가 수정이 이루어지는데, 자신을 태어나게 한 정자가 아니라 옆에 있던 정자가 들어가 수정이 됐다면 지금의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이렇게 축복을 받고 태어난 삶은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까. 

제2막 무대인 ‘노(老; 노화)’의 주제는 마음을 열고 아름답게 늙어가는 ‘웰에이징’이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며 UN에서 평생 연령을 5단계로 재조정해 0~17세는 미성년자, 18~65세는 청년기, 66~79세는 중년기, 80~99세 노년기 그리고 100세 이후는 장수노인으로 구분해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예전에는 노인으로 여겨졌던 칠순은 아직 중년기 초반이다. “사람이 아름답게 죽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이다”라고 한 앙드레 지드의 말에서처럼 자신에게 어울리는 웰에이징의 삶의 방식을 생각해보자.  

제3막인 ‘병(病; 질병)’이라는 무대의 주제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의미하는 ‘웰빙’이다. 항상 우리 곁에서 호시탐탐 공격 기회를 노리고 있는 질병은 평생 대처해 나가야 할 난적(難賊)으로 일생 염두에 두고 극복하며 살아야 할 시련이다. 그러나 “건강에 대한 지나친 걱정만큼 건강에 치명적인 것은 없다”는 미국 격언에서처럼 질병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 “걸으면 병이 낫는다”는 스위스 격언을 마음에 담고, 웰빙을 위해 1주일에 5일, 30분 이상 걷는 ‘530 걷기 습관’을 실천해볼 것을 제안해 본다.  

마지막 무대인 ‘사(死: 죽음)’의 주제는 시간의 섭리 그리고 아름다운 마감을 의미하는 ‘웰다잉’이다. 웰다잉의 생각에 4번의 암수술을 이겨내며 ‘웰다잉 극단’을 이끌어오다가 지난 8월 저 세상으로 간 중학 동창이 주관했던 ‘아름다운 여행’이란 연극 공연을 본 친구가 카톡에 올린 글이 떠오른다. “힘든 몸을 이끌며 삶의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무대에서 몸소 보여주는 모습 감사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얼굴과 목소리도 맑고 삶과 죽음에서 자유롭고 초연한 모습 더없이 아름답고 우리도 닮고 싶습니다”라는 글을 읽으며 웰다잉 친구 생각에 가슴이 찡해진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겪으며 살아가는 4막 연극의 삶에서 누구에게나 황혼기가 다가오기 마련이다. 삶은 빠르게 흐르는 세월 속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고, 살아 있는 동안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죽을 때는 티끌 하나도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 인생이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순서가 없다.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다. 대신할 수 없으며, 경험해볼 수도 없다.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겨우살이는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고 했다.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것이 딱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단 1초라도 더 가지거나 덜 가질 수 없는 하루 24시간이라는 시간이다. ‘똑딱’ 하고 지나는 1초는 매우 짧고, 60초로 채워지는 1분도 짧게 느껴지지만 3600초라는 1시간은 무척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8만 6400초인 하루라는 시간은 어떨까. ‘지금’이 바로 겨우살이 준비가 아닌 아름다운 삶의 마감 준비를 더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내 인생 연극 무대의 주인공은 바로 ‘나’이니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축복받고 태어나 지내온 삶의 마지막 여정을 아름답게 잘 가다듬어보고 싶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쉼 없이 빠르게 흐르는 세월과 함께 공연되고 있는 4막의 연극 무대 ‘생로병사’의 주인공인 내게 “나는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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