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저녁 차이잉원 총통이 타이베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면서 민진당 주석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날 실시된 대만 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진당이 패배하고 야당 국민당은 승리했다. (출처: 뉴시스)
24일 저녁 차이잉원 총통이 타이베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면서 민진당 주석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날 실시된 대만 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진당이 패배하고 야당 국민당은 승리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대만의 올림픽 참가 명칭 변경 국민투표가 결국 부결됐다.

함께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차이잉원 총통이 이끄는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야당인 국민당에 참패를 당했다.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차이 총통의 2016년 집권 후 양안 관계(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급속히 악화한 가운데 다수의 대만 유권자들이 실익 없는 독립 추구보다는 안정 쪽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치러진 대만 국민투표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을 포함한 국제 스포츠 대회에 ‘차이니스 타이베이’가 아닌 ‘대만’으로 참가하자는 안건에서 찬성은 25%(476만여명)에 그쳐 부결됐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양안 관계에 폭탄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안건’에 유권자들이 분명한 거부 의사를 표시한 셈이다.

차이 총통은 집권 후 ‘하나의 중국’ 원칙에 모호한 입장을 내세우며 ‘탈중국화’ 정책을 펴 왔다.

이에 중국은 대만 인근에서 수시로 무력시위성 군사 활동을 벌이고, 대만 수교국들이 대만과 단교하도록 유도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차이잉원 정부를 압박해왔다.

특히 중국은 이번 올림픽 참가명 변경 국민투표를 ‘변형된 독립 기도’라고 규정하면서 대만이 독립을 선언한다면 무력을 동원해 점령할 수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중국은 ‘양안은 한 가족’이라는 슬로건 아래 대만인들을 정부와 분리해 포섭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민진당은 중국이 인터넷에서 대만 정부와 자기 당 후보들을 악의적으로 비난하는 글들을 조직적으로 유포하는 등 ‘여론 공작’ 의혹을 제기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공식 부인했다.

연일 중국이 대만에 대한 공격을 퍼붓자 피로감이 커진 대만 유권자들이 민진당에 등을 돌렸다는 풀이도 나온다.

양안 관계 외에도 집권 3년차를 맞는 차이잉원 정부가 탈원전 등 민심에 반한 정책을 추진하는 등 중대한 실책을 거듭한데다 대만 경제 회복에 대한 뚜렷한 성과가 없어 민심이 떠난 탓도 있다.

이날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의 최종 당선자 발표에 따르면 국민당은 22개 현·시장 자리 중 3분의 2에 달하는 15곳을 차지했다. 반면 민진당은 6개 현·시장 자리를 얻는 데 그쳤다.

특히 민진당이 20년간 장악해온 가오슝을 국민당에 넘겨주면서 민진당의 정치적 타격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차이 총통은 이날 밤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집권당의 주석으로서 오늘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완전한 책임을 지겠다”며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고, 지지자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의 충격으로 차이 총통이 조기 레임덕에 걸려 정국 장악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왕쿵이 대만 중국문화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민진당 강경파들은 차이 총통 대신 라이칭더 행정원장을 다음 대선에 출마시키기를 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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