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현지시간으로 21일 내년 봄 예정된 한미연합 야외기동 훈련인 ‘독수리훈련(FE)’의 범위가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한미 군사훈련의 범위를 스스로 축소시킴으로써 북한에 대한 전향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2차 북미정상회담 분위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상회담의 대략적인 시기만 잡았을 뿐 아직 구체적 논의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선제적 조치가 좀 더 긴밀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당일 워싱턴DC에서는  한미‘워킹그룹’ 회의가 열렸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한미 간에 먼저 조율할 문제들을 실무적으로 점검하는 자리였다. 여기서 미국 측은 남북 철도 공동사업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밝혔다. 남북 철도 공동사업이 선언적인 효과만 낼 뿐 실질적으로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한꺼번에 불식시키는 반가운 소식이라 하겠다. 그 직후 한미 군사훈련을 축소하겠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미 양국의 발걸음이 더 힘을 받게 된 셈이다.

이제는 북한이 좀 더 생산적인 답변을 할 차례가 됐다. 지난 9일 북한은 한미 해병대연합훈련(KMEP)에 대해 거친 표현으로 맹비난을 쏟아낸 적이 있다. 그 후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와 북한 당국의 메시지는 다시 강경기조로 가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자칫 비핵화 논의가 거꾸로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2주 만에 미국으로부터 전향적인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도 한미 양국의 메시지에 좀 더 전향적인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한미 양국이 협의할 의제가 더 풍부해질 것이며 그 속도도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이 모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행보에도 좀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주요 언론을 통해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길 희망한다는 말을 재확인하고 있다. 미국 내부의 일부 부정적 여론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동시에 북한이 좀 더 전향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로 답해달라는 뜻도 내포돼 있다. 그래야 폼페이오 장관의 목소리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미 고위급 회담도 열려야 한다. 필요하다면 우리 정부가 그 중재적 역할도 더 강화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다.

아직은 예상하기 어렵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의 전망은 그리 어둡지 않다. 그 연장선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나 종전선언이 준비되고 있을 것이다. 당초 계획보다 조금 늦는다고 해서 큰 문제는 아니다. 관건은 튼튼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남북 간 신뢰관계를 더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이에 북한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한미관계에 힘을 실어주는 세심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북한의 화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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