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차샘(유)농업회사법인 정명성(55, 차문화전시기획)씨가 차 도구인 찻잔을 겸한 ‘다관’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22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차샘(유)농업회사법인 정명성(55, 차문화전시기획)씨가 차 도구인 찻잔을 겸한 ‘다관’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22

대중화 위해 공간이 많아야
전통 보존하되 대중화도 必
찻집과 판매점 많이 생겨야
차 문화 “즐기는 문화 되길”
차(茶)는 약 아닌 기호 음료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차(茶)’를 마시기 위해 ‘만남’을 갖고 그 속에서 차의 ‘맛’을 공유하게 되니 ‘만남’에서 ‘맛남’을 발견하게 됩니다. 즐기는 차 문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라북도 정읍시에 있는 차샘(유)농업회사법인 정명성(55, 차문화전시회 사무총장)씨는 만남과 맛남이라는 두 단어에 대해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그만큼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정씨는 “속이 없다” 말하지만 겸손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차’사랑은 지난 2003년 겨울로 돌아간다. 당시 은행원이었던 그는 눈이 펑펑 내리는 어느 날 인사동 거리의 한 장소에서 차를 마시게 되면서부터 차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현재 정읍에서 차 마시는 공간을 열어두고 차 교육 등 다양한 차 도구를 판매하는 ‘차샘’을 운영하는 정씨는 그가 우린 차처럼 차분하게 차와 맺은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서울에서 모 은행에서 명예퇴직 후 고향인 정읍으로 내려와 찻집을 개업하고 갤러리도 운영했다. “작가들의 작품을 가져다 운반부터 홍보, 전시까지 열정을 다해 투자했지만, 경제적인 논리에서 보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말로 그간의 어려움을 대변했다. 그러나 정명성씨의 차에 대한 남다른 감성과 열정에는 어려워진 형편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난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광주 서구 김대중센터에서 ㈔초의차문화연구원에서 주최·주관한 ‘광주국제차문화전시회’에서 기획을 담당했고, ㈔아시아차문화연구회가 주최한 ‘화순블렌딩국제차문화제’ 행사 총감독을 맡아 일했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정명성(55, 차문화전시기획)씨가 운영하는 차샘, 이곳은 차를 마실 수도 있고 차 도구도 구입할 수 있는 차 문화 공간이다. ⓒ천지일보 2018.11.22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정명성(55, 차문화전시기획)씨가 운영하는 차샘, 이곳은 차를 마실 수도 있고 차 도구도 구입할 수 있는 차 문화 공간이다. ⓒ천지일보 2018.11.22

차의 대중화를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하는 데 답이 쉽게 나오진 않는다. 2가지(가격·향기)다. 커피나 수입차와 비교하면 향이 다양하지 못하고, 가격 경쟁이 안 된다. 또 한 가지는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는 그의 설명이다. 커피는 60년대부터 다방문화를 통해 현재 카페문화로 이어지면서 대중적인 음료로 자리를 잡았지만 ‘전통차’의 대중화는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물 대신 차를 마시게 한다고 설명했다. ‘문화차이’라는 정씨는 “우리나라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전통문화를 보존한다는 인사동에서도 1층은 보호구역으로 찻집이 들어올 수 없는 업종”이라고 했다.

그는 “어떤 특정인이 특정 옷(천연염색, 한복)을 입고 예(다도)를 갖춰 차를 마셔야 한다는 전통방식이 오히려 차의 대중화를 방해하는 요인이기도 하다”면서 “전통은 보존하되 대중화를 이룰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를 마시기를 즐기다 차 문화의 세계에 빠져 지금껏 노력해온 정씨는 “찻집과 판매점이 많이 생겨야 자동으로 차의 대중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서 “차를 재배하는 농가들이 다양한 제품을 적극적으로 생산해 소비자의 호기심을 키워줘야 하는 데 농민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특히 차 재배 농가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이나 판로개척 등 우리 차 마시기 운동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는 약이 아닌 기호 음료

정씨는 “가끔 ‘이 차가 어디에 좋아요’라고 하는 데 차는 약이 아니고 기호음료로 구분한다”며 “차를 약으로 접근하지 말고 맛과 향기를 즐기다 보면 그것 자체가 몸에 좋은 것이다. 차를 문화로 접근하느냐, 상품으로 보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선 상품으로 정의해야 돌파구가 생긴다”고 말했다.

외국 차 수입과 관련해서 “전체적인 문화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차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벤치마킹도 하고 차 시장을 크게 키워주는 데 일조한 부분도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소비자의 욕구 충족과 관련, 공차를 예로 들었다. “차를 공 모양으로 만들어 빨대로 마신다. 우리 정서와 맞지 않을 것 같았지만, 조용히 우리나라 차 시장에 입점했다. 이렇듯 소비자가 원하는 차를 팔아야 우리 차시장도 활성화되고 차의 대중화에도 성공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또 그는 “‘문화적 허영심’을 제거하고 누구나 좋아하는 음료로서 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차샘 운영을 통해 누구나 차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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