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트 테일러가 고종국장을 취재하면서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공: 서울역사박물관)
앨버트 테일러가 고종국장을 취재하면서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공: 서울역사박물관)

‘딜쿠샤와 호박목걸이 展’ 내년 3월 10일까지
테일러 기증유물 1026점 중 310점 첫 공개
고종 국장행렬‧3.1운동‧제암리 학살사건 등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919년 3.1운동 등을 취재해 조선에 대한 일본의 무단통치 실상과 우리 민족의 평화적·비폭력 저항운동을 전 세계에 알린 미국 AP통신사 임시특파원 앨버트 와일더 테일러(Albert Wilder Talyor) 가문의 자료가 최초로 공개된다.

1919년 3.1 독립운동과 수원 제암리 학살사건, 고종황제의 국장행렬 사진 등 그가 남긴 유품과 앨버트-메리 테일러 부부가 서울에 짓고 살았던 가옥 ‘딜쿠샤’의 당시 모습이 담긴 사진앨범, 또 부인 메리 린리 테일러(Mary Linley Talyor)가 미국으로 돌아간 뒤 한국생활을 중심으로 집필한 자서전 ‘호박목걸이(Chain of Amber)’의 초고 등도 일반에 공개한다.

뉴욕 타임즈 1919년 3월 12일자 기사일부 발췌. 기사 상단에 Associated Press로 출처 표기가 되어 있으며, 한국이 독립선언을 했다는 내용이다. (제공: 서울역사박물관)
뉴욕 타임즈 1919년 3월 12일자 기사일부 발췌. 기사 상단에 Associated Press로 출처 표기가 되어 있으며, 한국이 독립선언을 했다는 내용이다. (제공: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송인호)은 기증유물특별전 ‘딜쿠샤와 호박목걸이 展’을 22일 오후 3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내년 3월 10일까지 1층 기획전시실B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앨버트 테일러의 손녀인 제니퍼 린리 테일러(Jennifer Linley Taylor)가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한 딜쿠샤 및 테일러 가문 자료 총 1026점 중 310점이 선보이게 된다. 제니퍼 L. 테일러는 22일 개막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테일러 부부가 1917년~1942년 서울(경성)에서 살며 남긴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딜쿠샤의 당시 모습과 이들의 행적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니퍼 L. 테일러는 2016년 3월 딜쿠샤 관련 자료 30여 점을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 3월까지 기증품이 총 1026점을 달한다.

기증유물뿐 아니라 앨버트 테일러가 취재한 3.1운동과 제암리 학살사건에 대한 기사가 실린 1919년 당시 신문기사(뉴욕타임즈와 더 재팬 어드버타이저)도 첫 공개된다. 또, 테일러 부부가 딜쿠샤에 거주할 당시에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1층 벽난로와 창문도 당시 사진과 기록물을 토대로 전시장 내부에 재현된다.

전시는 총 4개 주제로 구성된다. ▲테일러 가문 유물 기증 ▲테일러 부부의 서울생활(1917~1922) ▲기쁜 마음의 궁전, 딜쿠샤(1923~1942) ▲일제에 의한 강제추방(1942~1948)이다.

일제강점기 서울에 거주한 서양인 관련 자료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지만 3대에 걸친 테일러 가문의 자료들, 즉 3.1운동 관련 기사, 딜쿠샤 유물, 금광개발 관련 자료 등은 당시 한국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들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제니퍼 L.테일러는 “테일러 가문 및 딜쿠샤 자료는 내가 소장하는 것 보다 한국에서 보존하는 것이 더 의미있다. 이 자료들은 3.1운동을 알린 할아버지 앨버트 테일러의 추모와, 딜쿠샤 복원사업에 활용될 수 있다”며 “이번 기증유물특별전을 통해 내가 기증한 자료가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인호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제니퍼 L. 테일러가 기증한 호박목걸이, 편지, 사진첩, 경성의 도시 사진과 풍경화, 태극기와 공예품들을 통해 일제강점기 당시 경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깊은 의의가 있다”며 “이번 전시회는 시민들이 테일러 부부와 딜쿠샤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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