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김동기 셰프가 9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회기동 ‘트라토리아 오늘’에서 셰프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9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김동기 셰프가 9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회기동 ‘트라토리아 오늘’에서 셰프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9

‘트라토리아 오늘’ 오너셰프

23살, 만화가에서 요리사로

12년전 학생들 멘토링 시작

“많이 경험하라고 가르쳐”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어느 순간 TV를 켜면 흰 요리사복을 입은 ‘셰프’라고 불리는 요리사들이 나와 요리를 하는 프로그램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일명 ‘쿡방’을 하는 ‘쿡테이너’. 이를 통해 셰프를 꿈꾸는 학생들도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을 위해 멘토를 자처하는 국가대표 출신 요리사가 있다. 서울 회기동에서 ‘트라토리아 오늘’을 운영하는 김동기 셰프. 그는 “요리에서도 겸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동기 셰프와의 일문일답.

- 처음부터 요리사를 꿈꿨던 것이 아니라고 들었다. 요리사를 하게 된 계기는.

10대 후반, 20대 초반까지는 만화가가 꿈이었다. 하지만 군대에서 손을 다치면서 연필을 잡을 수 없게 됐다. 남들보다는 조금 늦은 나이인 23살에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도 처음에는 김치찌개 같은 것을 파는 백반 집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요리학교에서 좋은 교수님을 만나면서 요리대회라는 넓은 세상을 보게 됐고, 전문적인 요리를 하게 됐다. 국제요리전문학교에서 요리를 배웠는데 당시 교수님이 전 국가대표 감독님이었다. 임성빈 교수님이라고 우리나라 조리기능장 1호시다. 덕분에 가볍게 시작했던 마음이 꿈으로 구체화됐다. 그리고 원래 먹는 것을 좋아했고, 만화도 요리를 주제로 그리려고 취재도 했었다. 지금 요리하면서 그 과정들이 양분이 돼 많은 도움이 됐다.

- 요리 국가대표라는 독특한 타이틀이 있다. 어떤 것인가.

세계조리사회연맹(WACS)에서 많은 요리대회를 연다. 누구나 개인적으로 신청은 가능하지만 국기를 달고 나가는 것은 나라에서 뽑혀야 가능하다. 개인전으로 출전 가능한 국제대회에 나가 성적을 쌓다보니 요리를 시작하고 10년차 정도 됐을 때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국가대표는 국가별 대항전에 참여하는데 150인분, 200인분 만드는 등 팀별 미션이 있다.

- 본인의 특기가 있나.

접시에 예쁘게 담는 플레이팅을 잘 한다. 요리만화를 준비하기 위해 취재했던 내용들이 많은 도움이 돼 감각이 생긴 것 같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부분을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것 같다.

-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나.

기억에 남는다는 것보다 아쉬운 대회가 있다. 4년마다 독일요리 올림픽이 열리는데 다른 월드컵에서는 금메달을 땄는데 이 대회에서만 아직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2년 뒤에 또 열리는데 다시 도전해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

- 가게 위치가 찾아오기 조금 힘든 곳에 있다. 굳이 여기 오픈한 이유가 있나.

국가대표가 끝난 후에 가게를 바로 열었다. 그때만 해도 서양 음식을 잘 먹으려면 강남이나 한남동, 이태원 같은 곳에 가야 했는데 그게 아니라 내가 사는 동네에서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가게,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먹으러 올 수 있는 가게를 만들고 싶었다. 쌀, 함박스테이크라고 하면 누구나 좋아하는 요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주 메뉴가 함박스테이크였다. 사실 스스로 국가대표라는 허세를 벗어나고 싶었던 이유도 있다. 그리고 2호점은 정말 주택가에 있다. 그나마 이곳은 대학가 근처여서 학생들이 많이 올 수 있는 여건이 되지만 2호점은 그렇지 않다. 정말 동네에서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식당을 주제로 위치를 정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김동기 셰프가 9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회기동 ‘트라토리아 오늘’에서 셰프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9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김동기 셰프가 9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회기동 ‘트라토리아 오늘’에서 셰프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9

 - 요리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멘토링을 한다고 들었다. 어떻게 하게 됐나.

나도 처음부터 요리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요리를 하면서 대회에도 나가보고, 학교를 다니고 졸업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쳐봐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또 요리대회라는 특성상 학생들에게 자극이 되고 목표의식도 생기니까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단순히 요리를 가르치는 개념이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하는 모든 것이 인연이 된다. 아는 선배님과 좋은 기회에 한 고등학교에서 가르쳐달라는 추천을 받으면서 시작해 지금 12년 정도 학생들을 가르친 것 같다.

-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

학생들에게 많은 경험을 하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겸손인 것 같다. 요즘 SNS가 생활에 밀접하다보니 배우는 학생들도 SNS에 표현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칼질을 배워야하는 시기에 접시에 예쁘게 담는 플레이팅부터 배우려고 한다. 그런데 그런 마음들은 실력이 성장하는 데 장애물과 같은 존재다. 요리라는 것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해야 하는데 자기 고집, 생각에 갇히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요리를 인정하기가 어렵게 된다. 나중에 가서 보면 결국 그런 친구들은 요리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일에서도 힘들어 하는 것을 봤다.

- 멘토링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

학생들이 요리를 전공으로 하지 않아도 모두가 나에게 인연이 된다. 그 중에 요리를 꿈으로 하겠다고 하면 나의 제자이자 후배가 되는 것이다. 내가 레스토랑을 운영할 때도 함께할 수 있는 친구들이 어차피 필요한데 서로 신뢰할 만한 사이에서 함께하면 결국 좋은 것 아닌가. 이건 나에게도 좋고 성장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점이다. 또 레스토랑 운영도 사람과 함께하는 부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된다.

- 요리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겸손함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요리사라는 직업이 최근에 TV에도 많이 나오고 굉장히 멋있는 직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한 접시에 요리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직업이다. 손님이 한 접시에 나오는 요리를 통해 기뻐하는 것. 손님 위에 있지 않고 요리로 대접하는 겸손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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