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형제복지원 정문 모습. (출처: 블로그 캡처) ⓒ천지일보 2018.9.17
부산 형제복지원 정문 모습. (출처: 블로그 캡처) ⓒ천지일보 2018.9.17

문무일 검찰총장, “법령위반 심판에 해당” 검찰개혁위 권고 수용

대법원서 단심제로 판결… 다만 결과 뒤집어도 무죄효력 그대로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끔찍한 인권 유린·침해가 벌어지고도 관련자에게 무죄 판단이 내려졌던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30여년 만에 진상규명이 대법원에서 이뤄진다. 대검찰청이 사건을 비상상고하기로 결정했다.

대검찰청은 “문무일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관련 피해자들을 작업장에 가두고, 강제로 노역에 종사시키고, 가혹 행위를 한 형제복지원 원장의 특수감금죄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판결을 ‘법령에 위반한 것’으로 판단, 비상상고를 신청했다”고 20일 밝혔다.

비상상고는 확정된 형사 판결에서 위법한 점이 발견됐을 때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도록 신청하는 비상구제절차다.

검찰은 위헌인 내무부 훈령 410호를 적법하고 유효한 근거로 삼아 특수감금행위를 정당행위에 한다고 봐 무죄를 선고한 이 사건 확정판결을 문제 삼았다.

당시 내무부 훈령이 부랑인을 임의로 단속할 수 있게 하고 수용인들의 동의나 기한도 없이 수용시설에 유치하도록 하는 등 헌법을 심각하게 침해한 만큼, 이 훈령을 근거로 무죄 판결을 내린 이 사건이 법령 위반이 있는 경우로써 비상상고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훈령이 법률의 위임 없이 만들어졌다”면서 “부랑인 등의 개념이 극히 모호하고, 수용자들의 거주이전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며 법에 근거 없이 신체 자유를 침해해 적법절차 원칙에도 반한다”고 설명했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형제복지원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일종의 수용시설처럼 운영됐다. 그러나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학대·성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복지원 자체 기록만 봐도 폐쇄될 때까지 12년간 513명이 사망했다. 그들의 주검 일부는 암매장되거나 시신조차 찾을 수 없다. 이른바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이유다.

검찰은 1987년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을 수사해 불법감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대법원은 1989년 7월 정부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를 두고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9월 13일 “위헌·위법인 내무부 훈령 410호를 적용해 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 등 원생들에 대한 특수감금 행위를 형법상 정당행위로 보고, 무죄로 판단한 당시 판결은 형사소송법이 비상상고의 대상으로 규정한 ‘법령위반의 심판’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검찰에 비상상고를 권고했다.

문 총장이 권고를 수용해 비상상고를 청구하면서 형제복지원 재판이 시작된 1987년 때부터는 31년 만에, 무죄 확정판결이 나온 이후로는 29년 만에 대법원의 사건 심리가 다시 열리게 됐다.

다만 대법원 심리로 과거 판결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 나도 이미 확정된 무죄 효력 자체는 바꿀 수 없다.

판결이나 소송 절차에서 법령의 해석·적용에 있어 문제가 있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절차인 비상상고는 원심이 증거 등을 부당하게 판단해 생긴 사실관계 오류를 바로잡거나 적용된 법위 위헌으로 결정됐을 때 이뤄지는 ‘재심’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검찰의 비상상고가 타당하다고 인정해 무죄를 선고한 원 판결을 파기해도, 그 효력이 이미 무죄가 내려진 피고인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유죄 확정 판결에 대해서만 할 수 있는 재심과 달리 비상상고는 유·무죄는 물론이고 면소·공소기각 등으로 확정된 판결도 대상이 된다.

비상상고된 사건은 대법원이 단심제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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