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1대학 팡테옹-소르본대학교 (Université Paris 1 Pantheon-Sorbonne). ⓒ천지일보
프랑스 파리 1대학 팡테옹-소르본대학교 (Université Paris 1 Pantheon-Sorbonne). ⓒ천지일보

[천지일보=이솜 기자] 프랑스가 그간 자국인들과 동등하게 혜택을 제공한 비(非) 유럽국가 유학생들에게 연 300만~400만원 가량의 등록금을 받기로 했다.

프랑스 국립대에서 학부나 석·박사 과정에 유학하려는 비 유럽 국가의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은 현재 수준에서 최대 15배로 가량으로 급격히 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19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외국 유학생 유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는 프랑스의 외국 유학생 수를 현 32만명 수준에서 2027년까지 50만명으로 늘리는 목표로 체류허가 절차 완화, 행정지원 강화, 장학금 확대 추진 등이 담겼다.

그러나 이 혜택을 받는 ‘외국 유학생’은 유럽연합 회원국 학생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 

프랑스 정부는 국립대의 재정부담 완화와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내년 9월부터 EU 회원국이 아닌 나라 출신 유학생들에게 학부생의 경우 연간 2800유로(360만원 상당), 대학원 과정은 연 3800유로(490만원 상당)의 등록금을 받기로 했다.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외국 유학생들은 모두 프랑스 학생들과 같은 조건에서 소액의 등록금만 납부하면 국립대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현재 등록금은 학부 과정이 연간 170유로(22만원 상당), 석사 240유로(31만원), 박사 380유로(49만원) 가량이다.

필리프 총리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외국 유학생들이 프랑스의 빈곤한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학비를 내는데, 프랑스 학생들의 부모는 프랑스에 거주하고 일하고 세금을 내고 있다”면서 “이런 제도는 불공정하다”고 등록금 인상 배경을 전했다. 

재정부담을 줄이고 유럽연합의 결속 강화를 위해 비유럽 국가 유학생들에게 비용의 일부를 부담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프랑스 교육부는 이렇게 등록금을 올리더라도 학생들이 내는 실제 돈은 교육비용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비유럽 국가 유학생들이 낸 돈이 결국 국립대의 영어교육 및 외국어로서의 프랑스 교육(FLE) 강화 등에 투입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외국 유학생들은 등록금이 갑자기 10~15배 오른다는 소식에 충격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단체 UNEF와 FAGE 등도 비유럽 외국 출신 유학생들을 차별하는 조치라며 강력 반발했다. 

특히 이번 조치로 프랑스 외국 유학생의 45%를 차지하는 아프리카 출신 유학생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나라들은 대부분 경제사정이 열악해 프랑스의 무료에 가까운 국립대 교육정책의 큰 수혜를 입었지만, 새 정책이 시행되면 유학생 급감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아프리카 지역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장학금 지급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유학생들과 달리 프랑스 대학 대부분은 정부의 결정에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안 뤼시 와크 프랑스그랑제콜연합회장은 르몽드와 인터뷰에서 “그랑제콜(프랑스의 소수정예 특수대학)은 이미 오래전부터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인상해왔다”면서 프랑스 대학들의 질적 도약에 이번 조치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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