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프란치스코 교황 면담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프란치스코 교황 면담 (출처: 연합뉴스)

전 세계, 교황 방북 가능성에 ‘촉각’
레알폴리틱 노선 걷는 국제정치인
복병 만난 트럼프, 교황 방북 불편

 

문 대통령은 왜 교황방북에 힘쏟나
종교계와도 약속, 비핵화 압박수단
“교황방북, 김정은정권 정당화 악용”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역대 최초 교황 방북이 가시화되고 있다. 다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놨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교황을 만난 자리에서 방북을 제안했고, 프란치스코 교황도 흔쾌히 허락했다. 

이후 국내외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북한의 극악한 인권상황을 외면하고 교황 방북에 앞장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영향력이 큰 교황에게 김정은이 기댈 경우 미국의 북한 핸들링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의 대북정책을 흔들고 공로까지 뺏길 수 있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어떻게 해서든 교황의 방북을 막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로마가톨릭 수장, 교황 방북에 왜 세계는 이토록 촉각을 곤두세울까. 

지난 2013년 3월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스스로 결정한 첫 순방지로 대한민국을 선택했다. 2014년 8월 14~18일 방한 기간 중 둘째날인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에 참석한 교황과 신도들. (출처: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준비위원회) ⓒ천지일보 2018.11.19
지난 2013년 3월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스스로 결정한 첫 순방지로 대한민국을 선택했다. 2014년 8월 14~18일 방한 기간 중 둘째날인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에 참석한 교황과 신도들. (출처: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준비위원회) ⓒ천지일보 2018.11.19

◆교황, 성직자이자 막강한 국제정치인 

바티칸이 발간한 ‘2015 교회 통계연감’에 따르면 세계 가톨릭 신자 숫자는 12억 8500만명으로 세계 인구의 17.7%다. 21세기 들어 신자 수는 매년 1% 정도 늘고 있지만, 인구 대비 복음화율은 오히려 감소세다.

대륙별로 보면 아메리카 대륙이 63.7%, 유럽이 39.9%지만 아시아 대륙은 3.2%에 불과하다. 그러나 유럽에선 미사에 참석하는 신자가 적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함에도 교황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수장만은 아니다. 바티칸시국이라는 독립국의 국가원수이며 국제사회에서 종교 이외의 분야에서도 상당한 권위와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 성직자와 국제정치인의 성격과 이미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교황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교황으로 꼽힌다. 겸손과 미덕, 정의와 평등에 남다른 관심과 신념을 보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종교와 관련 없는 국가나 지역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보여 도덕적 권위가 국제 정치적인 영향력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교황이 북한을 방문할 경우 북한은 정상국가로 대외적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커진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등에 업고 대북제재 완화 요구에 강경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도 포착할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 주도로 이뤄진 대북제재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백악관은 어떻게든 교황의 방북을 막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교황 방북 성사 관심…북한 내 종교자유 실태는 (출처: 연합뉴스)
교황 방북 성사 관심. (출처: 연합뉴스)

◆교황이 불편한 트럼프, 묘한 기싸움

올 초만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한반도 평화에 획기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노벨평화상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교황의 방북이 성사돼 김정은 위원장이 교황의 손을 잡고 따를 경우 모든 공은 ‘교황’에게로 돌아갈 공산이 커진다. 그간의 공이 교황으로 넘어갈지 모르는 현실과 마주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편감은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을 통해서도 감지된다. 

지난달 20일 VOA는 교황청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요청 메시지를 구두로 전달받았지만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며 확답을 하지 않은 듯한 뉘앙스로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보도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황의 방북으로 미국의 대북 정책 스텝이 꼬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그만큼 프란치스코 교황이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3월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스스로 결정한 첫 순방지로 대한민국을 선택했다. 2014년 8월 14~18일 방한 기간 중 둘째날인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에 참석한 교황과 신도들. (출처: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준비위원회) ⓒ천지일보 2018.11.19
지난 2013년 3월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후 스스로 결정한 첫 순방지로 대한민국을 선택했다. 2014년 8월 14~18일 방한 기간 중 둘째날인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에 참석한 교황과 신도들. (출처: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준비위원회) ⓒ천지일보 2018.11.19

◆방북으로 명예회복, 교세 회복 노리나 

2016년 2월 교황이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제(春節·설날)를 맞아 시진핑 국가주석과 모든 중국인에게 새해 인사를 전한 시점부터 교황이 ‘레알폴리틱(Realpolitik, 현실적인 종교 정치인을 뜻하는 독일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이런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가톨릭 복음화율 감소세, 중국과 수교를 통한 신도 증가 추진 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에 적극적인 이유 역시 레알폴리틱 전략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교황 최초 방북이 성사될 경우 ‘평화메신저’ 이미지에 호재로 작용할 뿐 아니라 최근 가톨릭 사제 성추문으로 추락한 교황청의 명예를 회복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요한 바오로 2세는 방북의 조건으로 천주교 승인을 요청해 방북이 무산 된 바 있으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무런 조건을 내놓지 않았다. 그 때문에 북한 내 직접적인 천주교 신자 증가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전 세계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 교황의 이미지는 상승할 것이 분명하다. 

◆북 인권 아닌 교황 택한 인권변호사 文, 왜? 

문재인 정부는 지난 9월 470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하면서 북한 인권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북한 인권재단 예산은 108억원에서 8억원으로 100억원이 삭감되고 북한 인권정보시스템 예산도 16억 원에서 4억 8천여만원으로 줄었다.

북한 인권 활동의 공로로 서울 평화상을 받은 수잔 숄티 디펜스포럼재단 대표는 지난 9월 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등을 돌렸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은 인권변호사 출신이다.

그런 그가 북한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북한 인권문제의 원인제공자인 김정은을 위해 교황을 택했다는 비난은 교황 방북이 성사되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비난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인권을 뒤로 하고 교황 방북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교황 방북이 성사 될 경우 북한이 ‘평화국가’ ‘정상국가’로 갈 수 있는 동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즉 비핵화 약속을 국가 간 약속을 넘어 종교적으로도 약속하기 때문에 북한이 부담을 갖고 비핵화에 속도를 내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렇게 시나리오대로 진행 될 경우 문재인 대통령으로써도 큰 업적을 남길 수 있어서 교황 방문에 힘을 쏟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교황 방북, 김정은 정권 정당화 수단“

인권운동가들은 김정은 정권의 정당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교황 방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교황 방북 수락 보도가 나오자 CNN은 마이클 그린 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관계자를 인용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북한은 정권의 유지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종교를 탄압한다”며 “교황의 방북은 종교 자유의 최대 적인 김정은 정권을 정당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벤 로저스 세계기독교연대 동아시아팀장은 앞서 9일 미국의 대북 전문 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교황청은 방북을 매우 신중하게 추진하라”며 “인권 문제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면 방북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요구했다.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아 실망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는 이제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정치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북한 인권문제’와 ‘종교의 자유’를 요구할 지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황이 이런 일을 할 수 없다면 방북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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