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박병대 “사심 없이 일했다”
고영한 전 대법관 소환 예정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양승태 전(前)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14시간 26분 만에 귀가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날 9시 30분부터 오후 11시 46분까지 박 전 대법관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조사했다. 박 전 대법관은 전날 오후 8시 22분쯤 검찰 조시를 마치고 이후엔 자신의 진술조서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박 전 대법관은 취재진의 질문엔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전잘 조사에서 거세게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을 조만간 다시 불러 추가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은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각종 혐의점에 대해 “정당한 지시였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 포토라인에 선 박 전 대법관은 “법관으로 평생 봉직하는 동안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사심 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 재직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은 전임 법원행정처장인 차한성 전 대법관에 이어 지난 2014년 김기춘 비서실장 공관에서 열린 이른바 ‘소인수 회의’에 참석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박 전 대법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조작 사건 ▲서울남부지법 위헌제청결정 사건 등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파견 법관을 통해 헌법재판소 내부사건 정보와 동향 수집, 상고법원 등 당시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법관과 변호사단체 등에 대한 부당 사찰, ‘부산 스폰서 판사’ 비리 은폐와 축소,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집행 등 여러 사법농단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7일 차 전 대법관을 비공개로 불렀고, 지난 9일엔 민일영 전 대법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전 대법관 조사 이후에는 후임 법원행정처장인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