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데이트폭력. (출처:게티이미지뱅크)
10대 데이트폭력.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데이트폭력 10대 피의자

해마다 전국 300명 달해

 

한국, 방지 교육 아직 없어

“가정·교육기관 관심 필요”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메신저로 헤어지자고 했는데 집으로 찾아온다고 협박해서….”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김민서(19, 가명)양은 동갑내기 남자친구에게 데이트폭력을 당했다. 남자친구는 다툼이 있을 때마다 김양에게 욕설을 서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남자친구의 행동은 더욱 폭력적으로 변했다.

김양이 견디지 못해 “헤어지자”고 하면 돌아오는 건 “너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주변이나 인터넷에 퍼트릴 것”이라는 남자친구의 협박이었다.

하지만 김양은 가족이나 경찰에 도움을 청할 생각은 안했다. “학생이 무슨 연애냐, 공부에 집중하라”는 주변 어른들의 말을 떠올리면 데이트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차마 꺼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양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강이를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는 건 기본”이라며 “헤어지자하면 집까지 찾아온다고 협박하는데 부모님의 반응이 두려워 아무말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정부가 ‘데이트폭력’ 범죄 근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정작 10대들은 ‘데이트폭력’에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0대의 경우 데이트 폭력을 경험하고도 ‘10대가 무슨 연애’라는 편견에 막혀 도움을 청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학부모나 교사들이 나서 피해자들에 대한 보다 더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데이트폭력으로 붙잡힌 피의자 6003명 가운데 10대 청소년은 195명(3.3%)에 달했다. 2016년에는 277명(3.1%), 지난해 315명(2.8%)의 10대 청소년이 데이트폭력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해마다 전국에서 300명에 가까운 10대 데이트폭력 사건이 발생하는 셈이다.

실제 지난 10월엔 여자친구의 얼굴을 수차례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리는 등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가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는 소년원에 입소한 사이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사귀었다는 이유로 폭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올해 2월엔 여자친구가 수학여행에서 남학생들과 어울렸다는 이유로 담뱃불로 여자친구 다리에 상처를 낸 A(19)군이 소년부에 송치되는 일이 있었다.

10대 데이트폭력의 양상은 성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연락에 집착하거나 다툼이 있을 때 욕설을 하거나 고성을 지르다가 상대방의 사생활에 개입하는 정도가 늘면서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데이트폭력이 날로 심각해지는데 방지 교육은 아직 정립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교육을 통해 데이트폭력 개념 등을 청소년들이 명확히 아는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재연 한국여성의전화 인권문화국 인권팀장은 “주로 데이트폭력은 여성을 통제하거나 집착하는 성역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야기된다”며 “데이트폭력은 특정 연령에 집중되는 문제가 아니다. 10대들 사이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10대 같은 경우, 처벌도 제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성인 간 문제보다 사소하게 취급될 수 있다”며 “데이트폭력으로 인해 이들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잘 감지할 수 있도록 가정과 교육기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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