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 <메피스토펠레>의 한 장면 (사진제공: 국립오페라단)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신과 인간의 관계를 그려낸 작품에서 선과 악의 기로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이는 국내 초연 작품 <메피스토펠레>에서는 이러한 인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바로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인간을 유혹에 빠뜨리는 악의 신 ‘메피스토펠레’이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이소영)은 올 1월 <이도메네오> 국내초연을 시작으로 인간의 아름다운 존재성을 표현해 왔다. 이어 올해 하반기와 2011년에는 신과 인간의 문제를 통해 인간의 극한상황을 다루는 레퍼토리를 선정했다.

그 첫 번째 작품인 <메피스토펠레>는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이념을 잘 살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명작이다.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해 달라”는 파우스트의 기도와 달리 신은 그가 ‘악마의 유혹에 빠지도록’ 허락하게 한다. 이에 파우스트는 악마의 유혹을 받아들여 관능적 쾌락과 향락을 체험하지만, 남는 것은 허무함과 후회뿐.

원작자 괴테는 “착한 인간은 설령 어두운 충동에 휩쓸릴 지라도 올바른 길을 잊지 않는다”고 인간의 선(善)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고 작곡가 보이토는 이 주제를 오페라 <메피스토펠레>를 통해 잘 표현하고 있다. 관객은 이를 통해 이성의 힘으로 잠재운 인간의 욕망을 노리는 악마의 시선에서, 인류가 접해 온 가장 낡은 문제인 동시에 가장 심오한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고민을 공감하게 된다.

이번 극의 연출가 다비데 리베르모어는 “어느 누구도 신과 악마를 본 적이 없지만, 인간이란 언제나 천사와 악마같이 행동할 수 있다. 그것은 선택의 차이”라며 “메피스토펠레는 지겨운 일상과 따분한 규범들 너머로 일탈하고자 하는 모든 인간의 한 면을 보여주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공연의 백미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천상의 세계’ 장면을 비롯해 마치 지옥을 옮겨놓은 듯한 ‘악마들의 향연’, 그리스시대 ‘트로이의 엘레나’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 등 시공을 초월한 무대 전환과 웅장한 음악은 19세기 명작 오페라로 손꼽히기에 손색없다.

특히 <메피스토펠레>에서 ‘천상의 서곡’은 종교적 색채가 강한 웅장한 합창으로 인간 본질에 대한 탐구가 음악에 녹아 들어갔다.

<메피스토텔레>는 오는 20일, 22일, 23일 오후8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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