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 재직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사법 농단 수사가 시작된 이후 대법관 출신이 포토라인에 서게 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천지일보 2018.11.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 재직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사법 농단 수사가 시작된 이후 대법관 출신이 포토라인에 서게 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천지일보 2018.11.19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대법관 출신 출석 첫 사례

강제징용소송 등 개입 혐의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박병대 전 대법관이 검찰에 출석했다. 관련 수사가 시작된 후 대법관 출신이 공개 소환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법관은 19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이번 일로 많은 분들에게 심려 끼쳐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법관으로 평생 봉직하는 동안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사심 없이 일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동안 많은 법관들이 자긍심에 손상입고 조사 받은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일이 지혜롭게 마무리돼 우리 국민들이 법원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 30분 박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 재직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법관은 전임 법원행정처장인 차한성 전 대법관에 이어 지난 2014년 김기춘 비서실장 공관에서 열린 이른바 ‘소인수 회의’에 참석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박 전 대법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조작 사건 ▲서울남부지법 위헌제청결정 사건 등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파견 법관을 통해 헌법재판소 내부사건 정보와 동향 수집, 상고법원 등 당시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법관과 변호사단체 등에 대한 부당 사찰, ‘부산 스폰서 판사’ 비리 은폐와 축소,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집행 등 여러 사법농단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 14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한 뒤 재판에 넘기면서 박 전 대법관을 오는 19일 소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임 전 차장 공소장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차·박 두 대법관에 고영한 전 대법관까지 공범으로 적시하기도 했다.

또 검찰은 지난 7일 차 전 대법관을 비공개로 불렀고, 지난 9일엔 민일영 전 대법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 상대로 수많은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칠 방침이다. 박 전 대법관 조사 뒤엔 곧바로 고영한 전 대법관의 조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사번농단 의혹과 관련 조사할 내용이 워낙 많은 만큼 이날 조사는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사 결과를 정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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