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자유민주국가이다. 얼마 전 한국 법정에서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표현한 전 법조인이 무죄선언을 받기도 했는데, 이야말로 표현의 자유가 절정에 달한 자유국가라는 것을 상징하는 의미 아니고 그 무엇이란 말인가. 이는 다른 말로 그 분이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불러도 그것은 개인적 표현의 자유일 뿐 실제로 대통령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백두칭송위원회’라는 조직이 등장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 13개 단체가 참여한 이 조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한을 모든 국민이 환영하자는 취지의 운동을 벌이겠다고 깃발을 들었다. 결성 선언문에는 ‘자주통일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진정 어린 모습에 우리 국민 모두 감동했다’는 표현이 들어 있다. 지난 7일 이 조직 회원들은 광화문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만세”를 외쳤다. 14일에는 ‘서울시민환영단’이라는 단체가 김 위원장 방문을 환영하는 사람들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서울 도심에 내걸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및 평화 협상의 핵심 당사자다. 협상 진전을 위해, 즉 평화를 얻는 수단으로서 상대에 대한 존중은 필요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핵과 미사일을 포함한 군사력으로 전 세계를 위협해 온 존재다. 북한 주민의 인권을 탄압하는 독재자이기도 하다. 그런 이를 향해 공공연히 만세를 외치며 찬양하는 것에 대다수 국민은 동의할 수 없다. 친북 성향 주장으로 한국 사회에서 이념적 갈등의 골을 키우는 것은 협상을 이끌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과연 이런다고 문재인 정부의 평화프로세스가 좋은 성과를 거둔다고 생각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런 가운데 우리 사회 한편에서는 또 다른 극단의 움직임이 자유민주적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며칠 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집 앞으로 몰려가 “때려죽이자” “박살내자”고 소리쳤다. 지만원씨를 ‘5.18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하라는 요구를 김 원내대표가 받아들이지 않자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었다. 지만원씨는 “5.18은 광주에 침투한 북한군에 의해 촉발된 일”이라고 주장해 관련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은 이다.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과도하게 한쪽에 치우진 주장은 민주적 의사소통과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다. 상식이 무시되고 독선이 판치는 사회는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자유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통치되는 가장 민주적인 이념이며, 특히 오늘 분단시대를 극복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우리 한국민들에게 가장 소중하게 지켜져야 할 최고의 가치라고 주장하고 싶다. 왜 하필이면 ‘백두칭송위원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요즘 젊은이들의 추세가 이른바 ‘튀는 시대’라는 것을 백분 이해한다 쳐도 이건 아니지 않나 싶다. 북한은 개인숭배, 우상화로 망한 나라다. 개인숭배는 모든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말살하며 북한이 만든 이른바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은 현대판 노예국민의 절대복종과 절대충성을 강요하는 강압의 ‘10계명’이란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북한에서 이른바 백두혈통은 권력의 70년 세습으로 부귀와 영화의 열차에 올라 탄 채 그 끝을 500년 내지 1000년이라고 노동신문에 공공연하게 떠들어 대고 있다. 한국의 일부 좌파들은 균형을 잃은 것으로 하여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그렇게 백두를 칭송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에게 다시 묻고 싶다. 김정은 위원장이 정녕 그립고 존경하고 싶거든 여기 목숨 걸고 자유를 찾아온 탈북민들에게 한 번 손을 내밀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볼 수는 없느냐고 말이다. 이 사회에서 약자로 살아가는 탈북민들은 극구 외면하면서 평양에서 부귀영화의 극치를 만끽하고 있는 절대 군주를 사모하는 그 마음을 누가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이들은 북한 정보와 실상을 우리 국민들에게 잘 알려준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 태영호씨도 체포하겠다고 한다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정녕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을 원하거든 ‘서울남북정상회담 환영위원회’ 이 정도로 단체 명칭을 달고 나서는 것은 어떨까. 김정은 위원장이 사전에 약속해 줄 아젠다를 제시해도 좋다. 김정은 위원장이 국립현충원을 찾아 한국전쟁과 북한의 도발에서 희생된 호국 영령들에게 사과한다는 약속만 해 줘도 그의 서울 방문 반대 정서는 한층 가라앉을 수 있다.

비판과 칭송에도 분명 순서가 있거늘 지금 북한 지배층은 칭송보다 먼저 비판을 수용해야 할 입장에 놓여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일본이 오늘 우리보다 단지 앞선 문명을 이뤘다고 그들을 칭송할 수 없는 것과, 북한이 핵무기를 거둬들이지 않는 한 김정은 위원장은 결코 칭송받을 수 없는 인물이란 점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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