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Sergei Vasilyevich Rachmaninov). (출처: 위키피디아) ⓒ천지일보 2018.11.18
피아노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Sergei Vasilyevich Rachmaninov). (출처: 위키피디아) ⓒ천지일보 2018.11.18

대전시립교향악단, 차이콥스키의 최고 교향곡 4번

마에스트로 제임스 저드의 지휘와 피아니스트 알렉세이 볼로딘의 터치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대전예술의전당에서 16일 저녁 감미로운 열정의 라흐마니노프가 러시아의 시원한 초겨울 향기를 불어넣어줬다.

그 향기가 준 전율은 깨끗한 물이 되어 온 몸과 마음을 씻어주고 듣는 이를 황홀(恍惚)지경에 빠지게 했다. 이는 우리의 영혼으로 하여금 ‘음악의 신비(神秘)’를 체험하게 한 ‘신(神)의 선물’이었다.

마에스트로 제임스 저드의 지휘하는 손가락과 피아니스트 알렉세이 볼로딘의 건반 터치, 그리고 대전시향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팔의 움직임은 마치 사랑을 나누는 암수 비둘기의 자태처럼 아름답게 하나로 모아졌다.

‘낭만파의 마지막 작곡가’라고 불리는 라흐마니노프는 10대 부터 작곡을 시작했으며, 차이콥스키를 멘토로 삼아 실제로 배웠다. 특히 그는 작곡에서 차이콥스키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전해진다. 차이콥스키가 운명했을 때 ‘위대한 예술가의 회상’이라는 곡을 쓰기도 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Sergei Vasilyevich Rachmaninov, Piano Concertos No. 2 C minor)은 실패했던 1번과는 달리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로써 그는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되고 작품은 니콜라이 달에게 헌정됐다.

이 곡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애수’ ‘노다메 칸타빌레’ ‘호로비츠를 위하여’ 등 영화나 드라마에 삽입되기도 했다. 첫 부분의 피아노 터치가 인상적이어서 이 부분은 ‘크렘린의 종소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 정통파 피아니스트 '알렉세이 볼로딘. (제공: 대전예술의전당) ⓒ천지일보 2018.11.18
러시아 정통파 피아니스트 '알렉세이 볼로딘. (제공: 대전예술의전당) ⓒ천지일보 2018.11.18

관객의 기립박수와 환호 끝에 피아니스트 알렉세이 볼로딘이 앵콜곡으로 연주해준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사단조 Op. 23, No. 5’과 ‘전주곡 사단조 Op.32, No. 12’, 두 곡은 라흐마니노프를 더욱 깊고 풍성하게 느끼게 해줬다.

이어진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은 더욱 흥분을 끌어올려 또 한 번의 카타르시즘에 오르게 했다. 악장마다 한 순간도 쉴 틈 없이 감동을 자아낸 이 작품은 제임스 저드의 손끝에 대전시향의 실력이 묻어나게 했다. 그 하모니의 아름다움은 살아서 다가와 가슴 구석구석을 후벼팠다.

1878년 2월 22일 모스크바에서 니콜라이 루빈슈타인의 지휘로 초연한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은 차이콥스키의 6개의 교향곡 중 ‘가장 드라마틱하다’는 정평이 나 있는 작품이다.

차이콥스키 스스로도 “내가 작곡한 작품 중 최고”라며 애정을 보인 작품으로 제자 세르게이 타네예프(Sergey Ivanovich Taneyev, 1856~1915)에게 “〈교향곡 4번〉의 단 한 마디라도 내가 느낀 것을 진실하게 표현하지 않은 것은 없으며, 깊게 숨겨진 나의 마음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초연으로 선보인 우미현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빛의 유희’>는 빛의 반사로 인한 색채의 변화를 음악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빛이 미끄러지는 순간 산란하는 풍경을 다양하게 묘사했다.

오는 20일 오후 8시 서울롯데콘서트홀공연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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