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9일 오후 철거를 앞둔 서울 동작구 노량진 구(舊) 수산시장이 단수, 단전 돼 상인들이 촛불을 켜고 장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9일 오후 철거를 앞둔 서울 동작구 노량진 구(舊) 수산시장이 단수, 단전 돼 상인들이 촛불을 켜고 장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9

수협, 대법원 판결서 승소해

법조계 “정당행위로 합법적”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상가 이전을 둘러싸고 수협과 구(舊)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의 갈등이 극심한 가운데 수협은 지난 5일 오전 9시 일방적으로 구시장의 전기와 수도를 모두 끊어버렸다. 구시장 상인들은 캄캄한 시장에서 촛불을 켜고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과연 수협의 ‘단전·단수’는 합법일까?

수협의 일방적인 단전·단수 조치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느냐는 견해로 인해 해당 조치에 대한 합법성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앞서 수협은 구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4차에 걸친 명도소송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했지만 상인들의 거센 반발로 모두 무산된 바 있다. 수협 측은 상가명도소송 절차 내에서 이번 조치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한 4차에 걸친 명도소송 강제집행이 구시장 상인들의 반발로 무산되면서 어쩔 수 없이 내린 조치라는 것이다.

반면 구시장 상인들은 이번 조치는 불법이 확실하다는 입장이다. 만약 상인들의 주장처럼 불법성이 인정된다면 수협은 ‘업무방해죄’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법성이 인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지난 8월에 이미 대법원의 명도소송 확정판결은 구시장 상인들이 수협에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며 “이번 단전·단수 조치는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라고 판단하기보다 제20조의 ‘정당행위’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명도소송이란 권리가 없는 세입자를 대상으로 부동산을 비워달라는 취지로 건물 주인이 법원에 제기하는 소송을 뜻한다.

형법 제314조는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업무방해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정당행위에 대한 규정으로는 제20조에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수협의 이번 단전·단수 조치가 정당행위에 해당해 합법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9일 오후 철거를 앞둔 서울 동작구 노량진 구(舊) 수산시장이 단수, 단전 돼 을씨년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9일 오후 철거를 앞둔 서울 동작구 노량진 구(舊) 수산시장이 단수, 단전 돼 을씨년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9

법도 명도소송센터의 주세훈 사무장은 “상가명도소송 강제집행 현장에서 실무를 하다보면 단전·단수 조치는 형법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추진한다”면서 “이 같은 경우 대부분 협상으로 마무리 된다”고 말했다.

수협과 구시장 상인들 사이의 갈등은 신시장 건설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계획에 따라 신시장을 건설, 지난 2016년 3월부터 구시장 상인들을 입주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250여명의 구시장 상인들은 기존 시장보다 공간이 좁고 임대료도 비싸다는 이유로 입주하지 않고 구시장에 남아 장사를 이어갔다.

수협은 명도소송을 냈고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구시장 상인들은 거듭 항소했으나 올해 8월 대법원은 ‘상인들은 수협에 부동산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구시장 상인들은 부동산을 인도하지 않았다. 이에 수협은 지난달 23일까지 4차례에 걸친 명도소송 강제집행을 실시했다. 하지만 생존권이 걸려있던 상인들의 강력한 반발에 막혀 강제집행은 무산됐다.

이에 수협측은 명도집행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 단전·단수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수협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연간 100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성실히 협상에 임하고, 이번 단전·단수 조치 전 상인들에게 현실 가능한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일부 상인들의 거부로 다시 한 번 파행을 겪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