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선묵혜자스님이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사용했던 성화 봉송 램프에 점화돼 있는 ‘평화의 불’이 가진 뜻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선묵혜자스님이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사용했던 성화 봉송 램프에 점화돼 있는 ‘평화의 불’이 가진 뜻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6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평화의 불’, 네팔 룸비니에서
혜초스님이 찾았던 ‘구법의 길’
실크로드 거쳐 한반도 도착

남북 108개 산사 정해 순례
군법당산사 돌며 평화 기원
“통일돼 北산사 순례도 가길”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해와 달이 다 하고 / 중생 업이 다 해도 / 남과 북은 둘이 아닌 / 불이(不二)의 진리 / 부처님 탄생성지 평화의 불 / 3만리 서역 길로 이운해 / 이 민족 이 겨레 하나 되도록 / 평화통일 그날까지 밝게 타올라 / 백두에서 한라까지 비춰주소서 / 이 도량 밝게 비춘 평화의 불 / 너와 나의 마음에 응어리 녹이고 나라 위한 장병들 가슴 가슴에 / 뜨거운 평화염원 굳게 새겨 / 평화, 열반 이루도록 발원하나이다’ - ‘평화의 불’ 선묵혜자스님 -

남북 대화의 훈풍이 불고 있는 올해는 대한불교조계종 군종특별교구가 설립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해 제4대 교구장에 취임한 선묵혜자스님은 지난 2013년 시작한 108산사순례기도회를 통해 108군법당 산사에도 ‘평화의 불’을 봉헌하고 있다.

조계종 군종특별교구는 전·후방 각지에서 군 포교를 하고 있는 140여명의 육해공군 군승 법사들과 400여곳에 이르는 군사찰의 포교와 산행·수행활동 등을 지원한다. 선묵혜자스님은 은사인 청담 대종사가 초기 군법당 건립과 장병 포교에 헌신적으로 노력해온 원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올해 군승 파송 50주년을 맞아 남수단 한빛부대, 아랍에미리트 아크부대, 레바논 동명부대를 위로방문했다. 이곳에서 평화유지군으로 파송돼 있는 군인들을 격려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선묵혜자스님이 북한에 있는 108군법당 산사를 가리키며 통일을 염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선묵혜자스님이 북한에 있는 108군법당 산사를 가리키며 통일을 염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6

 

선묵혜자스님이 가는 곳은 어디나 ‘평화의 불’이 봉안된다. 스님이 법회를 봉행하는 군법당에서도 ‘평화의 불’ 시 낭송과 함께 실제로 평화의 초에 불을 붙인다. 이 평화의 불은 평창동계올림픽 때 사용된 항공수송전용 성화 램프에 담겨 있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뚫고 대화 무드가 형성되며 남북단일팀이 꾸려져 전 세계에 감동의 스포츠 열전을 선물했다. 그때의 감동을 담고 있는 성화 램프에는 이제는 ‘평화의 불’을 붙인다. 선묵혜자스님은 이 불을 108 군법당 산사에 옮기며 한반도에 평화와 희망을 달라는 기원을 담아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미 한반도 평화의 불을 모시고 순례를 다니면서 108산사와 108군법당에 평화의 불을 봉안했습니다. 평화와 희망을 한반도에 주십사하고 50년 동안 발원하고 다닌 셈이지요. 이 나라를 지키는 장병들은 평화를 지키는 수호 호법신장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군들이 지켜주고 있기에 후방에서 국민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님은 평화의 불을 가리키며 “이 나라의 평화가 남북 평화, 한반도 평화가 되고 세계평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기에 종교인의 한 사람의로서 평화의 불꽃을 모시고 다니는 것”이라며 “북녘 땅 최북단 백두에서 남한 최남단 한라까지 평화의 불이 붙기를 바란다”고 소원했다.

이 평화의 불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선묵혜자스님이 이운하는 ‘평화의 불’은 석가모니 탄생성지인 룸비니에서 왔다. 이 불은 네팔 희말라야 산기슭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해 3000년 동안 타오르고 있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과 세계 53개국의 불이 합쳐져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타오르고 있는 평화의 불을 합한 것으로 평화를 기원하는 전 세계인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스님은 이 불이 부처가 설파한 가르침을 상징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평화의 불은 UN이 정한 세계 평화의 해인 1986년 11월 1일 네팔 가넨루러 비터 왕세자가 세계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점화했다. 네팔 룸비니 평화공원 제단에서 관리하는데, 지난 2013년 108산사순례기도회를 시작하던 때 불씨를 한국에 처음으로 나눠주기로 결정해 화제가 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선묵혜자스님이 수락산 도안사에 봉안된 108평화보궁 앞에서 108순례산사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선묵혜자스님이 수락산 도안사에 봉안된 108평화보궁 앞에서 108순례산사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선묵혜자스님이 수락산 도안사에 봉안된 108평화보궁 앞에서 108산사를 순례하며 108염주에 하나씩 새긴 사찰 이름의 첫글자를 보여주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선묵혜자스님이 수락산 도안사에 봉안된 108평화보궁 앞에서 108산사를 순례하며 108염주에 하나씩 새긴 사찰 이름의 첫글자를 보여주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6

 

당시 순례단은 네팔에서 마야데비 사원에 들러 참배한 후 평화의 불 제단 앞에서 간절하게 남북평화를 위한 기도를 올리고 선정에 들어섰다.

“참으로 상서로운 현상이 일어났죠. 평화의 불이 잠시 바람에 흔들렸어요. 그와 함께 많은 취재진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그때 찍은 사진 중 한 장에 관음보살상의 형상이 또렷하게 나타났고, 또 바람에 불씨가 꺾인 상단 부분에서는 P자가 선명하게 나타났어요. Peace(평화)의 첫 머리 글자였어요. 어떤 사람은 상서로운 이 현상이 한갓 우연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저는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불보살님의 가호를 느낄 수 있었어요.”

평화의 불은 구법의 길을 따라 히말라야 설산을 넘어 티베트, 파키스탄 국경, 카슈가르, 호탄, 타클라마칸 사막과 신장 위구르의 우루무치, 투루판, 쿠차, 둔황, 난주를 거쳐 실크로드를 따라 서안 법문사에 도착해 분등했다. 뱃길로 서해를 넘어 인천항에 도착해 임진각 평화누리 광장에서 법회를 봉행했다. 순례단은 순례 길에서 이웃 종교인 이슬람교 모스크를 방문하기도 하고 쓰촨성 지진 희생자를 위한 추모 법회도 진행하는 등 평화를 위한 순례 흔적을 남겼다.

“평화의 불은 남북 대치상황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원력의 발현입니다. 또한 부처님의 자비사상과 원융화합만이 평화를 답보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지요. 평화의 불을 세계 곳곳에 봉안함은 마음에는 평화를, 사회에는 소통을, 국가에는 안정을, 지구촌에는 평화를 기원하고 지구촌에 불국정토가 이룩되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선묵혜자스님은 당시 순례를 마치면서도 진한 아쉬움을 가슴에 묻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평화의 불을 이운하면서 거쳐온 분쟁지역에서 만난 이들의 기도와 염원이 평화의 불에 담겼다고 회상하며 “지역 종교지도자들의 메시지를 직접 평화의 불에 새기도록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마지막 분단지역인 한반도 동토의 땅, 북녘 땅을 밟지 못해 마음 한구석에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며 “평화의 길을 따라 밝혀진 평화의 불, 끊임없이 타오르는 그 불은 언젠가 인류 평화가 이룩되는 날 행복한 소거를 이룰 것”이라고 소원했다.

선묵혜자스님은 지난 2013년 한국정전 60주년을 맞아 지구촌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로 평화의 불을 이운해 평화가 정착되고 통일 이룩되기를 기원코자 원력을 세웠다. 군종특별교구는 군승 파송 50주년을 맞아 108군법당에 평화의 불을 봉안해 마음에는 평화를, 사회에는 소통을, 국가에는 안정을, 남북에는 통일을, 지구촌이 불국정토가 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108군법당에는 평안북도 묘향산 보현사, 평안남도 대성산 광법사, 금강산 신계사 등 북한에 있는 12개 법당도 포함돼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선묵혜자스님이 수락산 도안사 삼천불 앞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선묵혜자스님이 수락산 도안사 삼천불 앞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6

◆ 선묵혜자스님은 누구?

선묵혜자스님은 충북 충주에서 출생해 서울 삼각산 도선사에서 청담대종사를 은사로 출가수행자의 길에 들어섰다. 통도사 강원에서 경학을, 송광사 선원에서 수선안거를 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사서실장, 불교신문사 사장, 삼각산 도선사 주지, 제16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다.

현재 전통사찰 108 평화보궁 근본도량 수락산 도안사 주지와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 대한불교 조계종 군종특별교구 제4대 교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전 60주년을 맞은 지난 2013년 석가모니 탄생지인 룸비니 동산에 있는 평화의 불을 네팔 야다브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아 한반도로 이운했다. 평화의 불 이운을 통해 1300년 전 혜초스님이 걸었던 ‘구법의 길’을 따라 티베트, 카슈가르, 투루판, 쿠차, 돈황, 서안을 거쳐 한반도에 이르는 평화의 길을 개척했고, 임진각 평화누리 광장에서 ‘분단의 벽을 넘어 평화를 꿈꾸다’라는 대법회를 봉행했다. 현재 전국 80여곳에 평화의 불을 분등했으며, 108군법당 찾아 평화의 불을 봉안하고 군장병을 위로하는 108평화순례단을 구성해 순례를 진행하며 한반도에 평화와 희망이 정착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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