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이 법정시한(12월 2일) 내에 처리될 수 있을까? 심사의결권을 가진 국회뿐만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을 비롯해 일반국민의 관심사다.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던 국회의 2018예산안 심사가 처리시한 보름 정도를 남겨둔 막바지에 장애물이 생겼다. 예산을 총괄 지휘하던 경제수장의 교체다. 통상적으로는 예산국회가 끝난 12월 중순 이후에 부분 개각을 했던 전례와는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예산심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전격적으로 교체했다. 후임인 홍남기 부총리 후보자가 아직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관계로 내년도 예산 처리와 관련해 국회 일을 맡을 수 없는 입장에 있다.

그러다보니 야당에서는 예산 심의 중에 경제수장을 경질한 것은 예산심사 방해라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말이 대표적이다. 김 원내대표는 경제부총리에서 잘린 사람보고 예산 통과를 책임지란 것은 웃기는 이야기라면서 청와대의 안하무인격 의사결정은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한 처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당에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책임지고 예산안을 지켜낼 것”이라 하니 앞뒤가 뒤틀린 이야기처럼 들린다.

곧 물러날 김동연 부총리가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할 테지만 그보다 큰 문제는 내년도 예산 470조원에 대해 최종 정리할 예결위 소위원회가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회 예결위가 총 6차례에 걸쳐 종합정책질의와 부별심사 등 기본 일정을 마쳤고,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예결위소위)의 활동을 남겨두고 있는데 의견 대립으로 구성에 진통을 겪는 중이다.

통상적으로 여야 15명으로 구성되는 예결위소위에서 예산안 감액과 증액 심사를 임하고 있는데 예결위소위 구성을 위해 여야가 다투던 중 또 다른 문제가 터져 예산안 심사가 표류 중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합세해 13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강행과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의 인사검증에 대한 문책 조치를 들고 나왔다. 여차하면 예산안 심의 거부로 연계시킬 태세다. 가뜩이나 보름 남짓한 기간 내 예산안 증감이나 부수법안 처리 등 시간에 쫓겨 초치기 심사 등 졸속 처리될 우려가 농후한데, 20대국회에서도 예산안 심사와 무관한 정치적 사안이 나와서 예산국회를 무력화시키고 있으니 ‘민생 국회’라는 말은 한낱 구호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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