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톨릭 주교들이 12일 (현지시간)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회의는 바티칸 당국의 명령으로 해산됐다. (볼티모어=AP/뉴시스) 2018.11.13.
미국의 가톨릭 주교들이 12일 (현지시간)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회의는 바티칸 당국의 명령으로 해산됐다. (볼티모어=AP/뉴시스) 2018.11.13.
 

14일 새로운 윤리강령 표결 무산돼
교황청, 2월 로마회의 때까지 자제 요구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바티칸 교황청이 美주교단의 아동 성추행 문제를 적극 해결하려 했던 미국 주교들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를 두고 바티칸이 최소한의 자정 움직임까지 제재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바티칸은 12일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 모여 있던 350여명의 주교들에게 해산을 명령했다. 더불어 이들이 미국 교구를 향해 아동성추행과 관련된 어떤 결정도 독자적으로 내리지 말 것을 지시했다. 

이날 미국 주교들은 오는 14일 새로운 사제 행동강령에 대한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교황청 지시로 미국 196개 교구와 대교구 책임자들은 내년 2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관하는 로마회의까지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게 됐다. 로마회의에는 전 세계의 주교들이 모인다. 

미국가톨릭주교회의 의장 대니얼 디나도 추기경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나 역시 실망했지만, 다가올 로마 회의에서 아동 성추행 문제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주재 바티칸 대사가 주교들의 계획을 제지하고,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과 관련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과 수사기관의 교회출입도 불허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가톨릭교회 내 성추행 문제 해결을 끊임없이 요구해온 앤 도일은 WP와 인터뷰에서 바티칸의 이번 결정을 두고 “정말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을 내 놓았다. 도일은 “아주 작은 진전조차도 압박하려는 바티칸 행정부의 태도가 이번 사례를 통해 다시 한 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가톨릭교회의 이번 아동 성추행 논란은 지난 8월 14일 펜실베니아 주 교구 성직자 300여명이 70년에 걸쳐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면서 다시 한 번 격화됐다. 당시 수사 당국은 가톨릭교회의 조직적 은폐도 있었다고 발표했다. 

올 초에도 70여명의 칠레 주교들의 성추문을 교황청이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비판이 이는 등 가톨릭 주교들의 성추문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교황청은 논란이 있을 때마다 조직적으로 은폐하거나 사건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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