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실 안의 모습 ⓒ천지일보 2018.11.13
전시실 안의 모습 ⓒ천지일보 2018.11.13

중국 산둥박물관 교류특별전
한중 명필글씨 한자리 모여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좋은 글자를 쓰기 위해서도 제일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형태를 따라 적는 게 필요하다. 서예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이 같은 연습 방법을 ‘임서(臨書)’라고 한다. 이는 전범이 되는 글씨를 곁에 두고 보며 원본대로 따라 쓰는 방법이자 그렇게 쓴 작품이다.

◆따라 쓰기임서와 원본

이와 관련해 국립한글박물관은 ‘명필을 꿈꾸다’전(展)을 통해 김정희를 비롯한 조선 후기 서예가들의 주요 임서 작품과 조선 왕실의 한글 궁체 임서와 습자 자료를 소개했다. 또 20세기 초 교과서에 자리한 한글 서예 교육 과정을 망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임서는 선인의 뜻과 정신을 배우고 전통적인 필법을 익히는 과정이므로 훌륭한 서예가가 되기 위해서는 임서를 반복해야 한다. 임서의 첫 번째 과정은 ‘형임(形臨)’이다. 이는 서예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 옛 글씨의 형태를 익히는 기본 과정이다.

두 번째는 ‘의임(意臨)’으로 글자를 형태보다는 그것을 쓴 서예가의 정신과 뜻에 중점을 둔다. 세 번째는 ‘배임(背臨)’으로 형임과 의임을 거듭하면서 원본을 보지 않고서도 원본의 형태, 용필, 장법 등을 재현할 수 있다. 임서의 종착점이며 창작의 출발점이다.

글씨 따라쓰기 연습본 ⓒ천지일보 2018.11.13
글씨 따라쓰기 연습본 ⓒ천지일보 2018.11.13

임진왜란을 겪은 조선은 전란 이전의 문화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중국의 새로운 서법 문화를 받아들였다.

17세기 이래 조선은 청나라의 금석학 성과를 받아들였다. 법첩을 중심으로 명필의 글씨를 연마하고 연구하는 첩학과 함께 비석의 글씨를 연마하고 연구하는 비학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유한지’는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비첩을 본격적으로 익혀 고법과 충실히 터득했으며 전서와 예서에 능했다. 김정희는 금석학 연구를 통해 전서나 예서 등 옛 서체를 수용해 조선에 유행시켰다. 특히 그는 후한시대의 예서에 뿌리를 둔 독자적인 추사체(秋史體)를 창안해 당대의 서단을 주도했다.

20세기 초의 서예는 전통과 서풍과 함께 청대 서예가, 해외 유학파들에 의해 청나라와 일본의 서풍이 유입되면서 다양한 모습을 나타낸다. 김정희의 영향은 전기, 이상적, 오경석, 오세창 등에게 계승됐다.

전시실 안에 전시된 글씨 쓰는 법 관련 내용 ⓒ천지일보 2018.11.13
전시실 안에 전시된 글씨 쓰는 법 관련 내용 ⓒ천지일보 2018.11.13

◆중국 서예문화 비교

교류특별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중국의 서예문화를 비교해 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중국 산둥박물관의 ‘청인의 임서’에서는 청나라가 명나라의 서예 전통을 이어받아 법첩으로 명필의 글씨를 연마하고 연구하는 첩학(帖學)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고증학을 기반으로 비석의 글씨를 연마하고 연구하는 비학(碑學)이 발전해 가는 과정을 소개했다. 청나라의 대표적인 서예가들이 쓴 ‘왕헌지의 경조첩을 왕탁(王鐸, 1592~1652)이 따라 쓴 글씨’, ‘왕희지의 공죽장첩 일부를 강여장(姜如璋)이 따라 쓴 글씨’ 등 1급 유물을 포함한 임서 작품 23건 30점을 전시한다. 임서의 원본이 되는 작품을 함께 전시하여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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