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 흥해읍 일대에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대성아파트 일부 건물이 무너져있다. ⓒ천지일보 2018.11.12
[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 흥해읍 일대에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대성아파트 일부 건물이 무너져있다. ⓒ천지일보 2018.11.12

H아파트 주민, 시 판정 등급 신뢰 못 해
‘KBC 2016 기준’ 자체 검사 E, D 등급
시, 국가 차원 진행해 거주 가능 ‘C등급’

[천지일보 포항=김가현, 송해인 기자] “아파트 벽면 전체가 금이 갔는데 시에서는 더 해줄 일이 없다고 하니 멘붕입니다.”

포항 지진이 난 지 1년. 포항시의 H아파트 주민들은 여전히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머물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 윤모(69, 여)씨는 “2018년인 지금 1988년 법을 기준으로 시에서 판정등급을 매겼다. 기둥이 50% 이상 파손됐나 안 됐나만 가지고 등급을 내는 것이 말이 되냐”고 호소했다. 

처음 지진이 난 지난해 11월 15일. 체육관에서 살다시피 한 이들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로 부대끼며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냉기가 올라오는 바닥은 임시로 핫팩을 깔고 스펀지와 이불을 깔아야만 잠을 청할 수 있다. 지난여름에는 찜통 같은 더위 때문에 텐트 안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장마 때는 양철로 된 지붕에서 ‘다다닥’ 퍼붓는 빗소리를 밤새 들어야 했다. 윤씨는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약으로 버티고 있다. 우리 나이에 내 집에서 맘 편히 살기도 어렵다니. 없던 병도 생겼다. 한두 알의 신경안정제를 먹어서는 효과도 없다”며 “거짓말같이 1년을 버텼다”고 푸념했다. 

[천지일보 포항=김가현 기자] H아파트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흥해 실내체육관 텐트. ⓒ천지일보 2018.11.12
[천지일보 포항=김가현 기자] H아파트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흥해 실내체육관 텐트. ⓒ천지일보 2018.11.12

포항시는 지진 당시 전국에서 몰려든 건축업 관계자들에 의해 피해등급 판정을 했다. H아파트 등급은 ‘거주 가능’한 C등급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주민은 “1988년에 만들어진 기준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며 “안전하지 못한 집에 갈 수 없다”고 지금까지 체육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H아파트 외벽은 1년 전 지진으로 인해 균열한 모습 그대로다.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벽면은 시에서 설치한 그물망이 겨우 받치고 있다. H아파트 주민들은 자비로 ‘KBC 2016 기준’으로 개정한 구조 안전성 기준에 따라 피해 규모를 다시 검사했다. 이 기준에 의하면 H아파트 피해 규모는 E나 D 등급이다. 

[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 흥해읍 일대에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대성아파트 일부 건물이 무너져있다. ⓒ천지일보 2018.11.12
[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 흥해읍 일대에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대성아파트 일부 건물이 무너져있다. ⓒ천지일보 2018.11.12

이에 대해 박해영 포항시 건축과 팀장은 “당시 피해를 측정하기 위해 전국에서 파견한 건축 전문가들이 모두 똑같은 기준으로 판정을 진행했다”며 “이는 국가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KBC 2016 기준은 2016년부터 신축·증축할 때 KBC 기준에 맞도록 설계도를 작성해야 한다는 개념”이라고 했다. 또 주민들이 차후 지진이 났을 경우 H아파트에서 살 수 있느냐며 소송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시 차원에서 설득하고 있지만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포항시 지진대책국 관계자는 “국가에서 진행한 판정등급에 따라 임차인 전세 보증금 지원 등으로 5만이 넘는 가구가 적용받았다”며 “H아파트 주민들이 피해등급에 수긍 못하더라도 번복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체육관에서 1년 동안 생활하는 구모(65, 여)씨는 “우리가 집에도 못 가고 체육관에서 생활하는 것을 정부는 모르는 것 같다”며 “외국에서 태풍 났을 때 관광객을 위해 급하게 비행기도 보내더니 지진이 일어나서 집에도 못 가고 있는 이런 상황을 정부가 알면서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며 의아해했다. 구씨는 얼마 전부터 피부과를 다니고 있다. 체육관에서 벌레에 물린 것이 원인이다. 실제 구씨는 여기저기 뒤집어진 벌레를 가리키며 “요즘 이 벌레가 계속 나온다”고 하소연해 위생마저 우려되고 있다. 

[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 흥해읍 일대에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정밀진단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2
[천지일보 포항=송해인 기자]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 흥해읍 일대에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정밀진단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2

시에서는 이주 보금자리 컨테이너를 운영하고 있지만, 체육관에 있는 주민들은 갈 수 없다. 이주 보금자리는 피해 규모 판정에서 전파(거주 불가)한 가구만이 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답답한 상황에 몰린 H아파트 주민들은 가구당 30만원씩 부담해서 포항시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갔다. 지난해 지진 이후 시와 아파트 주민들이 대립각을 세우고 현재까지 갈등이 풀리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지역발전소로 인해 포항지진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얼토당토않은 얘기’로 조용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재냐 천재냐는 주장이 다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천재인지 인재인지 원인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채 지진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났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늘 하루도 힘겹게 체육관에서 보내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12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을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며 직접 피해지역에 대해 재개발 및 재건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진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현재 피해 주민들은 여전히 체육관에서 생활하며 아픔을 호소하고 있다. 다가오는 겨울을 이들은 또 어떻게 보내야 할까 걱정이다. 포항시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나서서 하루속히 상황을 마무리 지어야 하지 않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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