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녜라 대통령 "대통령궁서 축구 시합하자"

(코피아포<칠레>=연합뉴스) 무너진 광산 갱도에 69일간 갇혀있다 극적으로 구조되면서 일약 `칠레의 영웅'으로 떠오른 33명의 생환 광부들이 구조 하루 만에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지하 700m 갱도의 어둠 속이 아닌 지상의 밝은 병원에서였다.

코피아포 시내 병원에서 검진을 받으며 요양중인 이들은 14일 오전(현지시간) 병원을 방문한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을 함께 맞았다.

환자복을 입고 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여전히 선글래스를 착용한 채였지만 광부들은 모두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었으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농담을 주고 받으며 한데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이 자리에서 피녜라 대통령은 이달 25일 대통령궁인 라 모네다에 33명 광부들과 가족들을 모두 초대하면서 대통령궁에서 정부 대표팀과 함께 축구 시합을 벌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광부 대표팀의 감독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전직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던 광부 프랭클린 로보스.

대통령이 "이기는 팀은 대통령궁에 남고 진 팀은 광산으로 돌아가기로 하자"고 웃으며 말하자 광부들 사이에서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피녜라 대통령은 또 광부들에게 "노동자들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 것"이라며 "노동자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과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보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33명의 광부들은 모두 건강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부들 가운데 클라우디아 야녜스를 비롯해 상태가 좋은 2-3명이 이날 중 퇴원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최소 48시간 이상 병원에서 상태를 지켜봐야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들의 퇴원은 15일 자정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병원 앞에는 이들의 퇴원을 기다리는 수많은 취재진과 시민들이 진을 치고 있으며 언론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광부들과의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는 상태다.

칠레 국영방송 TVN은 11월이면 아빠가 되는 스물여덟 번째 구조 광부 리차드 비야로엘과의 전화 통화를 성사시켜 "아들이 태어나는 것을 지켜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그의 음성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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