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숙명여고 학부모들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숙명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열린 ‘시험지 유출 규탄 촛불 집회’에서 손 피켓을 들고 경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숙명여고 학부모들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숙명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열린 ‘시험지 유출 규탄 촛불 집회’에서 손 피켓을 들고 경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9.10

시험지에서 정답목록 메모 발견

쌍둥이와 아빠 계속 혐의 부인

前교장·교감 불기소 의견 송치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쌍둥이 자매와 아버지 A(53)씨 전(前) 교무부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1년여 간 문제를 총 5차례 유출한 혐의다.

서울수서경찰서는 업무방해 혐의로 A씨와 그의 쌍둥이 자매 3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7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숙명여고 정기고사 시험지와 정답을 유출하고 이를 재학 중인 쌍둥이 자녀에게 알려 시험을 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쌍둥이 자매가 문·이과 전교 1등을 석권한 2학년 2학기 중간·기말고사뿐 아니라 지난해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1학년 2학기 중간·기말고사까지 모두 문제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를 볼 때 쌍둥이가 문제·정답 유출 없이 제대로 시험을 본 것은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한 번 뿐이었다.

쌍둥이 자매는 1학년 1학기 때 각각 121등, 이과 59등이었다. 그런데 2학기에서 문과 5등, 이과 2등으로 성적이 급상승했다. 2학년 1학기엔 문·이과에서 각각 1등에 올랐다. 성적 급격히 오른 것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자 서울시교육청은 특별감사 후 지난 8월 3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9월 5일 숙명여고 교무실과 A씨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물은 디지털포렌식 분석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을 의뢰했다. A씨를 비롯한 피의자 6명과 숙명여고 교사 등 참고인들을 불러 2~5차례 조사를 벌였다.

경찰 수사결과 쌍둥이가 만든 ‘암기장’에서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와 전 과목 정답을 메모해둔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쌍둥이가 답안 목록을 잘 외우려고 키워드를 만들어둔 흔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 시험을 치룬 시험지에 정답 목록을 아주 작게 적어둔 흔적도 발견했다.

쌍둥이 중 동생의 휴대전화엔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영어 서술형 문제 정답이 그대로 메모돼 있었다. 경찰이 디지털포렌식 복원한 결과 이 메모가 시험 전에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자택에서 발견된 미적분 과목 새 시험지도 미리 유출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진점옥 수사과장이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12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진점옥 수사과장이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A씨와 쌍둥이 자녀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A씨는 자녀들과 관련된 정황자료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올해 1학기 중간·기말 시험지 금고 보관일에 근무대장에 기재 하지 않고 초과근무를 한 점을 두고 A씨는 평소 초과근무일보다 일찍 퇴근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컴퓨터 교체 등 증거인멸 정황에 대해서도 노후 컴퓨터를 교체했을 뿐이라고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쌍둥이 자매는 “시험 뒤에 채점하려고 메모한 것”이라고 문제유출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쌍둥이 자녀에 대해선 제출된 진단서와 학생 신분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 교장·교감과 고사총괄담당 교사는 서울시교육청과 학교 지침에 따라 A씨를 정기고사 검토에 배제하지 않음 점은 사실이나 해당 사실만으론 학업성적 관리업무를 방해한 방조범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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