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불법지원(화이트리스트) 관련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5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불법지원(화이트리스트) 관련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5

檢, 박 전 대통령 당시 정부차원 ‘日배상 최소화’ 정황 포착
“강제징용 소송 판결 늦춰… 日기업 대신 재단 방패 세운듯”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정부 차원에서 일본 전범기업들이 낼 배상금을 공익재단을 끌어들여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정황이 포착됐다. 박 전 대통령 당시 법원행정처는 강제징용 피해자들 소송의 상대방을 재단으로 한정해 일본 기업을 대신해 배상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11일 법원·검찰·외교부 등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와 정부, 사법부가 규합해 당시 징용소송 재판의 결론을 최대한 늦추고 재단의 배상과 연결해 결과적으로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관련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보도에서 검찰에 따르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013년 12월 1일 당시 차한성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을 소집해 이러한 논의를 했다. 당시 징용 피해자들은 그해 8월 대법원에 재상고심을 신청해 배상 판결 확정을 앞둔 상태였다.

차 전 대법관은 ‘국외송달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길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재판지연 방안을 제시했다. 또 참석자들은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로부터 3년이 지난 2015년 5월 이후에는 다른 피해자들의 추가 소송 제기가 불가능하다는 법원행정처의 소멸시효 검토 내용을 공유했다.

김 전 비서실장 중심으로 모인 당시 정부·사법부 관계자들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 재단 준비위원회 구성 등에 대한 추진 경과도 공유했고, 한일 정부와 기업이 출연하는 ‘2+2’ 재단 형태도 논의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재단으로 소송과 배상금 지급을 일원화하면 일본 기업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당시 징용 소송과 관련해 일본 기업에 배상책임을 물리면 일본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중시한다는 이유로 한일 관계가 악화할 것이라며 외교부가 재단을 이용한 해결 방안을 제시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를 승인한 것으로 검찰은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청와대가 재단설립을 징용소송 해결을 위한 최종 해결책으로 삼았다고 판단하고, 재단의 설립과 운영, 포스코가 100억원을 출연하기로 결정한 과정 등을 살펴보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행정자치부가 재단 운영에 관여하다가 소송까지 제기된 배경에 청와대 등이 개입했는지도 확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차 전 대법관을 소환해 김 전 실장과 외교부·사법부 등이 회동에서 재단 관련 논의가 오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 2014년 10월 당시에도 두 번째 회동이 있었는데 여기에서도 재단을 통한 문제 해결을 다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번째 회동에는 박병대 법원행정처장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이번 주 안에 박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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