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사우디 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의 공습으로 부상당한 예멘 어린이들이 병원에 누워 있다. 이날 공습으로 현장 학습을 위해 이동하던 통학버스가 폭격 당해 최소 50명이 사망하고, 77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출처: 뉴시스)
9일(현지시간) 사우디 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의 공습으로 부상당한 예멘 어린이들이 병원에 누워 있다. 이날 공습으로 현장 학습을 위해 이동하던 통학버스가 폭격 당해 최소 50명이 사망하고, 77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아랍동맹군 전투기에 대한 공중 재급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아랍동맹군의 예멘 폭격에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전투기가 대부분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부는 9일(현지시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사우디 정부가 미국 정부와 협의를 거쳐 아랍동맹군이 자체적으로 재급유하기로 한 결정을 지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사우디군은 10일 낸 성명에서 “미국과 의논한 결과 아랍동맹군이 자체로 공중 재급유 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됐다고 판단했다. 재급유 중단을 미군에게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측의 재급유 중단은 사우디의 공습 임무 수행능력을 제한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브루스 리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WP 보도를 통해 “미국이 사우디의 전쟁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제 사우디가 예멘 영토 깊숙한 곳을 공습하거나 수도공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미군은 예멘으로 출격하는 아랍동맹군 군용기의 5분의 1에 재급유한다. 사우디 측이 먼저 재급유 중단을 요청했다고 해명하고 나섰으나 이번 미국 정부의 조처는 사우디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우디 왕실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위상에 큰 타격을 입었다. 2015년 3월 사우디의 군사 개입으로 본격화한 예멘 내전은 예멘 정부군과 반군의 대결 구도지만 사실상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으로 인식된다.

미국은 이런 사우디의 군사 개입을 2선에서 지원해왔다. 하지만 카슈끄지 살해 사건이 예멘 민간인을 무차별로 공습하는 사우디군의 국제법 위반 행위로까지 번지자 급히 거리를 뒀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사우디에 30일 안으로 휴전협상을 시작하라고 압박했다. 매티스 장관은 8월에도 아랍동맹군에 대한 지원이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민간인 인명 피해를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카슈끄지 사건을 계기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사우디에 대한 무기판매 보류와 공중급유 중단을 요구하는 등 사우디를 도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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