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10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 등 감식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0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10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 등 감식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0

고시원, 학생보다 일용직근로자·기초생활수급자 등 주거로 사용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옛날의 고시원과는 다르죠. 처음엔 고시 공부 하는 사람들의 수가 더 많았는데, 이젠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들이나 기초생활수급자 같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9일 새벽 화재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303호에 거주하는 일용직 근로자 김춘삼(59, 남)씨는 합동 감식이 한창인 10일 오전부터 현장에 나와 건물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고시원 슬리퍼’에 잿빛의 허름한 추리닝을 입고 있었다. 화재가 발생할 당시 탈출했던 옷을 아직까지 갈아입지 못하고 있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9일 새벽. 서울 종로에 있는 고시원에 화재가 났다. 전기난로 과열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이 화재로 7명이 숨지는 등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들은 대부분 40~60대 남성으로 일용직 노동자였다.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들의 공부 목적으로 지어진 ‘고시원’이 최근 일용직 근로자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주거 빈민층’이 사는 공간이 되고 있다. 문제는 고시원 건물의 대다수가 지어진지 오래된 노후 건물이다 보니 안전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고시원은 5840곳이다. 고시원 한 곳당 평균 20명이 거주한다고 보면 11만명 이상이 고시원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서울에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고시원이 많다. 서울 인근에 인력 소개소가 많기 때문이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인력 사무소에 나간다. 화재가 발생한 고시원에 투숙하던 김씨도 6~7개월 전 낙산동에 있는 한 월세방에서 지내다 인력사무소가 가깝기 때문에 이사를 온 것이라고 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10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 등 감식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0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10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 등 감식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0

지은 지 30년 됐다는 종로구의 한 대형 고시원 원장은 “투숙자 대부분이 60~70대의 기초생활수급자나 일용직 근로자”라며 “방세는 주로 25~40만원 사이”라고 말했다. 이 고시원에는 무려 85세의 노인도 있었다. 그는 8년간 이 고시원에서 홀로 살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서울 내 다수의 고시원이 노후화된 건물에 있어 화재 등 위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시내 고시원 중 약 16%는 다중 이용 시설 위험 등급 검사에서 최하 등급인 D·E 등급을 받았다.

실제 지난 2006년 서울 잠실 고시원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8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2008년에도 고시원 화재로 6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에서는 노후건물의 안전대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국일 고시원 앞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 기자회견에서 “이번 화재는 구멍 뚫린 주거복지와 사회안전망이 부른 참사”라며 “주거 빈곤층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과 주거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실존하는 저렴 주거지에 대한 별도의 주거기준을 마련하고 안전기준 수립·점검이 시급하다”며 “공공임대주택 예산과 물량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10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 등 감식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기 위해 논의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0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10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고시원 화재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 등 감식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기 위해 논의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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