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 없는 노후 건물
“피해자들 뛰어 내리기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서울 도심 한 고시원에서 일어난 불로 7명이 숨지는 등 20명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화재 발생 지점이 출입구 쪽으로 추정돼 거주자들이 대피에 어려움이 있어 피해가 큰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9일 오전 4시 50분쯤 서울 종로구 관수동 청계천 인근 국일고시원에서 불이 나 7명이 사망하고 박모(59)씨 등 11명이 다쳤다.
불은 3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소방관 100여명과 장비 30여대를 투입, 오전 7시쯤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
종로소방서 관계자는 “화재가 3층 출입구 인근에서 발생했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다”며 “결과적으로 안에 있던 사람들 대피로가 거센 불길에 막혀 대피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늘어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현재 확인된 사상자 18명 중 현장 조치만 받은 1명을 제외하고 병원으로 이송된 17명 중 7명이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다. 이 7명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불이 난 건물은 지상 3층과 지하 1층으로 이뤄졌다. 1층은 일반음식점이며 2~3층에 고시원이 들어선 구조다.
고시원 2층엔 24명, 3층엔 26명이 거주했다고 알려졌다. 고시원 거주자 대부분은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인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했다. 사상자 연령대는 40~60대였다.
근처에 일을 하려 온 이재호(62)씨는 “지나가다가 4시 50분쯤 불이 나는 걸 목격해 신고했다”며 “남자들의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2층 고시원에서 거주했던 정모(41)씨는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 우당당탕 소리에 깨서 대피했다. 경보같은 건 울리지 않았다”며 “소방차는 금방 도착했으나 물대포를 쏘기 전까지 30분은 걸린 것 같다”고 증언했다.
이어 “3층에 있던 사람들이 불을 피해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결국 뛰어내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정씨는 “대피할 때 스프링클러 같은 건 없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오래 된 건물이라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비상벨과 비상탈출구, 탈출용 완강기만 설비돼 있었다.
종로소방서 관계자는 “사상자들이 완강기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불이 난 급박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고시원엔 방마다 화재감지기가 설치돼 있었는데, 소방당국은 이 기기들이 정상 작동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 경찰은 감식반이 도착해 정밀 감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를 통해 범죄로 인한 화재인지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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