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성훈 감독이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영화 ‘창궐’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성훈 감독이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영화 ‘창궐’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17

 

‘공조’로 흥행 성공했던 김성훈, ‘창궐’로 도전|
“할 수 있는 것 모두 했다… 아쉬움 당연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2013년 ‘마이 리틀 히어로’로 데뷔해 따뜻한 감동과 웃음을 전했던 김성훈 감독은 ‘공조’에서 압도적이고 타격감 넘치는 액션으로 누적관객 수 781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탄탄한 스토리로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 탁월한 연출력을 선보였던 김성훈 감독이 조선 시대 야귀(夜鬼)가 창궐했다는 독특한 설정과 비주얼을 담은 ‘창궐’로 사극에 처음 도전했다.

지난달 개봉한 ‘창궐’은 야귀(夜鬼)가 창궐한 세상,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현빈 분)’과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장동건 분)’의 혈투를 그린 액션블록버스터다. 영화는 야귀떼 속에서 생존을 위해 혈투를 펼치는 인물들의 고군분투와 타격감 넘치는 액션으로 희열을 선사한다.

김성훈 감독은 “제가 영화를 봤을 때 잘 모르겠으나, 최선을 다했다. 재미있는 영화 만들기 위해서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며 “아쉬움은 당연히 있지만 어쨌든 선택했으니 어떻게 보일지는 기다려봐야 한다. 공조 때보다 이번에 조금 더 반응이 궁금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김성훈 감독과 일문일답.

-조선 시대와 야귀의 만남은 생소한데 어떻게 나오게 됐나.

순전히 궁중을 배경으로 한 크리처물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어떤 크리처가 잘 어울릴까 하다가 좀비와 뱀파이어를 합친 존재가 나오게 됐다. 이 영화는 ‘공조’ 전부터 기획된 긴 시간 동안 기획된 이야기다.

-야귀 그냥 좀비라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

아니다. 좀비와는 다른 게 많다. 밤에 어떤 일이 벌어지길 원했다. 야귀는 밤에 활동하는 귀신이라는 뜻이다. 배경을 조선의 왕실로 가져와 우리 문화의 우아함을 살리면 야귀에 대한 이질감은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

-야귀 디자인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머릿속에 이미지들이 있었다. 야귀를 놓고 필요한 설정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밤에 움직이려면 눈이 보이지 않고, 빛에 약하고, 소리에 민감해야 한다. 또 살을 물고, 피를 빤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변이되는 과정을 통해 하나씩 채워갔다.

-한국 좀비 영화하면 ‘부산행’이다. 신경 쓰지 않았나.

‘부산행’은 굉장히 성공을 한 영화다. ‘부산행’을 모르는 관객이 없을 정도다. 그걸 피하느냐 안 피하느냐에 대해 고민하는 건 소극적이라고 생각했다. 태초에 새로운 게 없듯이 우리가 가진 환경에서 새롭게 만들어내면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하면 괜한 딜레마에 빠진다. 환경과 문화가 다르니까 그 안에서 표현하고 애써 부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창궐’을 기획하고 연출하기까지 쉽지 않은 선택인데 하게 된 이유는.

영화를 하기 전에 고민하는데 하고 나서는 고민하지 않는 편이다. ‘창궐’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정확하게 어떤 고민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 저를 잡아끈 것은 크게 볼 때 몇가지 이미지다. 피범벅이 된 하얀색 옷을 입은 이청이 지붕 위에 올라가 있고, 그 밑에선 백성들이 도끼, 낫 등 가지고 있는 무기로 함께 싸우려고 한다.

-인정전 세트를 고증보다 1.5배 크게 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규모에서 오는 허망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크고 높은데 공간이 되게 건조했으면 했다. 쿠션이나 다른 소품도 놓지 않았다. 밑에서 보면 대단하고 아득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편하고 고독하다. 그 안에서 자리를 둘러싼 욕망은 끈끈하다. 그래서 계단의 칸을 높게 해 올라가기 불편하게 만들었다. 잘 보면 왕이 내려오면서 뒤뚱거린다.

-캐릭터별로 무기가 다른 게 보는 재미가 있다. 어떤 의도가 담겨 있나.

각자 실제로 들법한 무기를 상상했다. 재난 상황이 갑자기 벌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그때 가능한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조선 시대 무관 중 하나인 ‘박종사관’은 조선검을 썼고, 여자인 ‘덕희’는 힘에서 차이나니 멀리서 쓰는 활을 다룬다. 스님은 들고 다니던 지팡이에 창을 꽂아 야귀와 싸우고, 심마니 설정인 ‘만보’에겐 도끼를 손에 쥐여 줬다.

-야귀 역을 맡았던 배우들의 이름과 사진을 엔딩크레딧에 올린 이유는.

저는 야귀 역을 맡았던 배우들을 존경한다. 저라면 그런 환경과 조건 속에서 열정을 가지고 그들처럼 하지 못할 것이다. 정말 고마워서 뭔가 해주고 싶었다.

회식 자리에서 봤는데 되게 오랜만에 민낯을 봤다. 야귀의 배우들이 훌륭한 배우라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안했더니 흔쾌히 좋아해 주시더라. 그분들이 한 것에 비하면 별거 아니다. 3~5개월 길게는 6개월 동안 훈련을 거쳐서 했던 분들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