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작업 후반 탄력..개시 22시간만에 전원 구조
의료진 "구조자들 건강 대부분 양호"

(코피아포<칠레>=연합뉴스)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에 매몰됐던 광부 33명에 대한 구조작업이 13일(이하 현지시각) 완전히 끝났다.

칠레 당국은 이날 오후 9시55분께 지하 700m 갱도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54)를 지상으로 무사히 끌어올렸다.

전날 오후 11시20분께 구조대원을 태운 캡슐을 지하로 내려보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구조작업은 이로써 약 22시간 만에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지난 8월5일 광산 붕괴사고로 광부들이 갇힌 지는 69일 만이다.

우르수아는 매몰사고 이후 광부들 간 질서를 유지하고 각자에게 임무를 할당하는 한편, 지하 갱도의 지도까지 만드는 등 리더역을 충실히 수행한 인물이다.

캡슐에서 나온 그는 현장에 있던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을 끌어안고 악수를 하고서 "어려운 상황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마지막 구조자를 반갑게 맞은 피녜라 대통령은 우르수아를 곁에 세운 채 현장에 있던 구조팀원들과 칠레 국가를 함께 불렀다.

앞서 칠레 당국은 캡슐을 처음 내려보낸 지 약 50분이 지난 13일 오전 0시11분께 첫 구조 대상자 플로렌시오 아발로스(31)를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후 약 1시간에 한 명꼴로 진행되던 구조작업은 후반으로 갈수록 탄력이 붙으면서 애초 예상한 36~48시간보다 훨씬 빠른 약 22시간 만에 끝났다.

지상과 지하 700m를 오가며 광부들을 끌어올리던 캡슐 `불사조'는 전날 첫 구출 대상자 아발로스를 끌어올린 것을 시작으로, 25분에 한 명을 구조한 경우도 있을 만큼 작업 내내 완벽한 성능을 보여줬다.

광부들이 하나 둘 지상으로 귀환하고, 구조작업에 계속 탄력이 붙는 상황에서도 현장에 대기 중인 구조대와 TV로 작업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광부들이 구조될 때마다 매번 열화와 같은 환호와 박수로 이들을 맞이했다.

구조팀은 캡슐이 지상으로 나올 때마다 칠레 공식 응원구호인 "치! 치! 치! 레! 레! 레!"를 외쳐댔고, 마지막 주자인 작업반장 우르수아까지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의 환희는 극에 달했다.

이로써 사상 최초로 구조 과정이 전 세계로 생중계된 전대미문의 매몰자 구조작전은 69일간 이어진 광부들의 `인간승리 드라마'와 함께 비로소 막을 내렸다.

캡슐을 타고 올라온 광부들은 많은 이들의 예상보다 건강했고 심지어 대다수는 깨끗이 면도까지 한 상태였으며, 일부는 싸움에서 승리한 용사처럼 주먹을 위로 쳐든 채 캡슐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먼저 구조된 광부들은 33명 전원이 올라올 때까지 지상에서 기다렸다 함께 병원으로 이동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당국은 광부들이 가능한 한 빨리 건강검진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해 이들을 즉각 병원으로 옮겼다.

광부들이 후송된 코피아포 병원 의료진은 "규폐증이 있는 마리오 세풀베다(40ㆍ2번째 구조자)와 최고령자 마리오 고메스(63ㆍ9번째 구조자)를 빼면 건강상태가 모두 완벽하다"고 전했다.

자이메 마날리치 보건장관은 1명에게 심한 폐렴 증상이 있고, 2명은 치과 수술을 받아야 하는 등 특별치료가 필요한 이들이 7명이라고 밝혔다. 폐렴 증상을 보이는 구조자는 세풀베다로 알려졌다.

광부 전원은 이후 48시간 동안 병원에 머물며 정식 진료를 받을 예정이다. 이 와중에 광부들은 가족 일부와 만날 예정이지만, `정식 상봉'과 공식 인터뷰는 이틀간의 검진과 진료 과정이 끝나야 가능하다.

전날 헬리콥터로 현장에 도착, 내내 작업을 지켜본 피녜라 대통령은 "우리는 전 세계에 헌신과 노력, 희망에 관한 모범을 남겼다"면서 "칠레의 가장 큰 보물은 구리가 아니라 광부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부들이 갇혔던 산호세 광산을 국가기념물로 지정,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의 상징으로 남기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번 구조 작전에는 광산 기술자와 구조 전문가, 의료진 등 250여명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첨단기술이 동원됐고, 지금까지 작업 비용으로 2천200만달러(약 247억원)가 투입됐다.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광부들의 몸 상태는 캡슐에 달린 소형 비디오 카메라와 쌍방향 소통수단, 광부들의 배에 부착한 생체 모니터 등을 통해 실시간 점검됐다.

광부들은 또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지상으로 가는 캡슐에 탑승하기 전 혈전 방지를 위한 특수 양말과 산소마스크, 스웨터, 시력 보호를 위한 선글라스 등을 착용했다.

현장에는 전날부터 2천명에 이르는 내외신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으며, CNN과 BBC 등 전 세계 주요 방송은 칠레 국영TV의 구조작업 생중계 화면을 받아 자국에 송출했다.

이들 광부 33명은 지난 8월5일 산호세 광산 갱도 중간 부분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약 70만t의 암석과 토사가 흘러내리면서 지하 약 700m 지점에 갇혔다.

대다수 광부가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됐으나 매몰 17일 만인 8월22일 `피신처에 33명이 모두 생존해 있다'고 적힌 쪽지가 탐침봉에서 발견되면서 이들의 생존사실이 처음 알려졌고, 전 세계의 이목이 칠레로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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