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일본 정부가 도를 넘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이번 판결을 두고 “폭거이자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타국의 사법부 판단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판단” “한국 정부가 책임져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다”는 등의 발언은 이례적이다. 급기야 이낙연 총리가 “타당하지도 현명하지도 않은 발언”이라고 한마디했다. 이런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해선 일본 안에서도 ‘징용공 문제는 인권문제’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강경대응에 나선 근거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 문제는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 때문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사법부 판단’일 뿐이라며 발을 빼고 있다. 이런 모습에선 우리 정부의 복잡한 속내가 엿보인다. 한일협정 당시 일제 36년 수탈의 대가로 받은 돈이 무상 3억 달러였다지만 이 금액의 근거는 지금도 명확하지 않다. 당시 이렇게 받은 보상금으로 포항제철이 세워져 국가 발전에 토양이 됐다. 이제 우리나라는 살 만한 나라가 됐지만 정부는 한일협정 당시나 지금이나 일본으로부터 받은 보상금을 피해자들에게는 한 푼도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이 또한 이제 짚고 넘어가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번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이 큰소리를 치게 만든 건 우리나라 과거 정부 지도자들인 셈이다. 우리 정부도 이를 알기에 최대한 외교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막고자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부가 잘못 맺은 협정이 원인이라는 점을 생각해 65년이 지난 지금에라도 피해자가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길이 마련되도록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이제 외교문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잘못된 외교적 합의가 65년이 지난 지금 피해자를 또 울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