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기무사 계엄문건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모처럼 만에 여야가 국회 청문회에 합의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매번 주요 사안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으로 평행선을 달리던 모습에 비춰볼 때 약간의 기대감도 갖게 한다. 여야가 비로소 합의를 통해 제대로 된 국회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 합의의 배경을 보면 기대와 함께 우려할 대목도 적지 않다. 사안이 워낙 파괴력이 큰 이슈일 뿐만 아니라 여야의 시각도 정반대에 있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벌써 한 세대가 지난 이 시점에서 군부가 계엄령 선포를 통해 정치적 질서를 잡겠다는 발상부터 시대착오적이다. 더욱이 국정농단으로 ‘궤멸적 붕괴’에 이른 박근혜 정부를 위해 군부가 나선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계엄령 문건을 조사하고 있는 합수단에 따르면 당시 조현천 기무사령관은 촛불집회가 절정으로 치닫던 2016년 11월 15일부터 계엄령 검토가 이뤄진 지난해 2월 10일까지 4차례 청와대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중에 한 차례는 청와대에서의 동선도 알 수 없었다. 따라서 청와대에 왜 갔으며 거기서 누구와 만나 무엇을 협의했는지는 반드시 밝혀야 할 대목이다. 이번 국회 청문회가 관심을 끄는 근본적 배경이라 하겠다.

그러나 국회 청문회가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키고 계엄령 문건의 진실을 온전하게 파헤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이 사건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이 좁혀질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여권은 ‘헌정중단을 노린 국기문란 사건’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자유한국당은 계엄령 문건 논란 자체가 현 정부가 벌이는 ‘역사적 사기사건’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국회 청문회가 열려본들 사실 자체에 대한 규명보다는 서로 상대방의 의도나 주장을 비난하는 정치공세에 묻힐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엄령 문건 논란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미국으로 떠나버린 상태에서 지금은 그 행방조차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살아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전해지고 있다. 조 전 사령관이 이미 사태의 엄중함을 알고 도피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따라서 그 핵심 증인이 없는 상태에서 누가 누구의 말에 청문을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핵심 인사들의 ‘모르쇠’ 전략도 넘어야 할 벽이다. 국회 청문회의 한계가 분명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진실규명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조현천 외의 다른 핵심인사들이라도 제대로 불러서 정확한 사실관계와 보고라인 그리고 실행의지 등에 대해 구체적 근거를 갖고 짚어주길 바란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여야 각 정당의 진정성과 역량이 국민 앞에 충분히 발휘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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