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병역문제에 대한 관심이 이번만큼 뜨거운 적이 있었던가. 병역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면 논란을 빚는 게 대한민국이다. 병역문제가 공정성과 불공정성의 문제를 가름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군대를 가야 하는 국방의 의무는 예민하고도 중대한 사안이다. 힘든 군대생활을 피해보려는 병역 거부는 국민 감정상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하다며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뒤 찬반논란이 치열하다. 대법원은 양심은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는 기준을 내세우며 종교적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지만 국민 정서상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여론이 점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일부 종교 신도의 병역 거부에 대해 징역처분을 내렸던 종전의 대법원과는 다른 판결에 황당해하는 모습이다.

수십년 전 군대를 다녀 온 지인은 “정상적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한 국민이 비양심적 복무자가 된 것 같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는 공동체의 안정을 해칠 수 있는 불공정한 행위”라고 SNS에서 전했다. 국회에서 체육·예술인 병역특례 폐지에 대해서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불거져 나온 양심적 병역거부의 법원 판결은 자칫하면 국가질서를 흔들고 병역기피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국위를 선양한 예체능 특기자에 대한 병역특례제는 그동안 대한민국의 스포츠와 예술문화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던 것이 사실이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양정모가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국제대회에서 상위 입상한 우수 선수들에 대한 병역특례제는 우리나라가 세계 스포츠 10대 강국으로 올라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예술분야에서도 피아노의 조성진, 바둑의 이창호 등 세계적인 명성을 날린 월드클래스급 스타를 탄생시키는 데 나름대로 공헌했다.

시대의 산물인 병역특례제도 시간이 흐르면서 향상된 국가경쟁력에 따라 규칙이 종전보다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올해 2018 아시안게임에서 야구가 병역을 마치지 않은 일부 선수를 선발하는 편법을 동원, 우승을 차지하고도 거센 여론의 비판을 받으면서 병역특례 존폐 문제가 야기됐었다. 병역특례에 대한 찬반시비가 일고 있는 가운데 터진 양심적 병역거부의 합헌 결정은 앞으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우리 사회에는 건강한 국가의식과 사고를 가진 다수의 젊은이가 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심창민은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 판정과 병역특례 존폐여부에 상관없이 내년 상무 입대를 추진해 관심을 모은다. 병역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선 그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면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가대표 선발을 스스로 포기하고 군입대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2018 아시안게임 직전 임의로 병역을 연기하고 끝내 대표선수에 뽑혔다가 한국이 우승을 하면서 병역특례를 받은 어떤 선수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국군체육부대에 따르면 조만간 2019년 1차 상무 운동선수병 모집 공고가 발표될 예정이다. 상무는 만27세까지 지원 자격을 주는데, 1993년 2월 1일생으로 현재 만25세인 심창민은 이번에 지원하지 않는다 해도 아직 2번의 기회가 더 남아있다. 2018 아시안게임에서 선동열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한 심창민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국가대표팀 발탁을 노릴 수 있으나 최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병역 환경을 보고 ‘상무 입대’ 쪽으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구단 측도 원칙적으로 그의 입대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병역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여론을 좌우하는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이다. 현역으로 상무에 입대하는 야구선수가 만에 하나라도 ‘비양심적 군대 생활’이라고 생각하기라도 한다면 정말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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