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천미트 대장균 논란 일지. ⓒ천지일보 2018.11.8
런천미트 대장균 논란 일지. ⓒ천지일보 2018.11.8

세균종류 대장균으로 확인

‘검사 오류’ 가능성에 무게

“식약처 뒤늦은 규명·해명”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식약처가 ‘세균 햄’으로 낙인 찍은 대상 청정원 런천미트에서 발견된 균이 ‘대장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식약처의 허술한 검사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식품 안전 문제를 책임지는 정부의 안일한 일처리에 대해서도 비난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청정원 런천미트 세균 발육 검사에서 균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보도된 후 3일간 온라인 검색어를 장식할 만큼 국민들의 충격과 우려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런천미트는 세균이 나오지 않도록 ‘멸균처리’한 제품이었고 아이들도 식사 때 즐겨먹는 ‘캔햄’이라는 점에서 비난여론이 빠르게 확산됐다.

결국 회사는 다음 날 즉각 사과문을 게재하고 문제가 된 제품뿐 아니라 당사의 다른 종류 캔햄도 환불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확한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모든 캔햄의 잠정적 생산과 판매중지까지 선언했다. 그럼에도 “다신 대상의 제품을 못 먹겠다” “햄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의 안전도 우려된다” 등 청정원을 향한 소비자들의 비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런 기류가 바뀌기 시작한 건 29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류영진 식약처장이 런천미트서 검출된 세균이 ‘대장균’이라고 밝히면서부터다. 류 처장은 “살모넬라라든지 병원성 출혈성 식중독균은 아니고 일반 대장균이 기준치 이상으로 많이 나와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장균은 70~75도 이상의 온도에서 1분만 노출돼도 사멸하는 종류다. 이에 관련 전문가들은 제조사의 문제가 아닌 식약처 ‘검사 오류’에 무게를 실었다. 대상 청정원은 런천미트 생산 시 116도에서 40분 이상 멸균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누가 의도적으로 생산 초기 대장균을 삽입하더라도 멸균과정에서 대장균은 사멸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멸균이 완전하지 않았을 가능성, 멸균 후 식히는 과정에서 실링이 제대로 되지 않은 캔 사이로 냉각수가 흘러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게 진짜 원인이었다면 2016년 5월 16일 생산된 해당 제품은 2년 반 동안 대장균이 내뿜는 가스 때문에 용기가 부풀거나 햄이 상해야 한다. 하지만 초기 세균발육 실험에 사용된 5개의 제품은 용기나 고기에 전혀 변형이 없었다. 식약처 한 관계자는 유통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 역시 검사에 사용된 샘플은 공장에 있던 제품이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런 정황이 종합되면서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세균발육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럼에도 식약처가 직접 행동에 나선 건 류 처장의 발언이 있은 후 이틀이나 지나서였다. 식약처는 “문제가 된 제품은 대상 천안공장이 제조·판매한 것으로 이 제품을 검사한 검사기관(충청남도 동물위생시험소)에 대해 검사과정 전반의 적절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필요시 제조업체에 대한 현장조사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한 식품안전 전문가는 “류 처장이 국감장에서 대장균 발견 여부를 알고 있었다면 식약처는 이미 그전부터 상황을 인지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식품기업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는 원인규명에 즉각 나서지 않은 점은 미심쩍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에게 알리는 방법도 너무 소극적”이라며 “이런 대응방식이 불신을 더 키우고 있다. 대장균 발견 원인 규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결과도 명확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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