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안현준 기자]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6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1.6

 

흔히 정치는 ‘생물(生物)’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서울 여의도 국회는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상황도 시시각각 변합니다. 그래서 ‘천지일보’는 정치권에서 주목받는 현안·인물을 속속이 들여다보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정치 기사를 선보이는 [정치 쏙쏙]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편집자 주>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예상과 달리 늦춰져

권은희 “집행률 매우 낮아 삭감 아닌 제외 대상”

통일부, 사용처 비공개… “대북협상 우위 위함”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정부가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의 2019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남북 도로·철도 협력 사업 등에 예산을 책정하면서 남북 경제 협력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이 통일부, 국회 예산정책처를 통해 입수한 ‘남북협력기금 운용계획’ 비공개 세부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내년도 철도·도로 협력 사업에 총 1889억원을 책정했다. 철도 사업에는 1341억원(무상 지원 707억원, 대북 융자 634억원), 도로 사업에는 548억원(무상 지원 95억원, 대북 융자 453억원)을 각각 쓸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남북경협 예산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지금까지는 본격적인 경협보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라 경제 협력을 준비하는 단계에 불과했지만, 북미 관계가 북한의 비핵화 진행이 차차 진행됨에 따라 개선될 때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경색되고, 미국의 중간선거가 겹치며 북미 고위급회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지연되면서 당초 예상과 다르게 비핵화 협상이 늦춰지고 있다.

또 야권에서는 이런 대규모 남북 경협 예산 편성을 한국이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다른 노선을 추구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017년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는 ‘철도 및 차량을 사용해 산업용 기계류, 운송수단 및 철강, 여타 금속류의 직·간접적 공급·판매·이전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8일 정병국 의원은 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서 “지금 유엔 제재라든지 미국 제재라든지 우리의 5.24조치에 의한 제재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상존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것을 무시한 차원에서 예산 편성을 하고 나가는 부분이 많이 있다”며 “정부가 남북 간의 경협을 너무 과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스로 판문점선언을 비준 동의해야 된다고 하는 것이 남북관계발전법에 의해서 비용이 들어가니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안에 대해서는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남북관계발전법을 근거로 비준동의안을 제출했었는데, 그렇다고 하면 비준 동의를 받지 않은 상황 속에서 예산 편성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예산 편성을 또 해놨다”며 “이런 부분들이 정부가 앞뒤가 맞지 않고 논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북제재가 내년도까지 풀리지 않는다면 결국 남북경협으로 책정된 예산은 불용 될 가능성이 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정책위의장은 남북경협 예산과 관련해 “이용률이 매우 낮은 예산인데 증액하면서 사용처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국회 예산심의권을 침해하고 있어 삭감이라기보다는 심의 제외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올해 배정된 예산을 다 쓰지 못한다면 남은 예산이 불용으로 처리돼 내년도 예산이 깎일 수밖에 없다. 해당 분야에서 쓰이지 못한 예산을 예산이 필요한 곳에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용도가 불확실한 남북경협 기반 사업 예산 4290억원 가운데 남북공유하천 공동이용(6억원), 남북교류협력 민간위탁(28억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82억원) 등 2.7%(117억원)만 공개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비공개로 제출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북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며 지금 진행하고 있는 비공개 사업과 과거 내역 공개도 어렵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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