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워싱턴 DC의 내셔널 프레스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미국 정부가 5일(현지시간)부터 원유 거래 차단 등 대(對)이란 제재를 전면 재개한 가운데, 한국 등 8개국을 한시적 예외국가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5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워싱턴 DC의 내셔널 프레스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미국 정부가 5일(현지시간)부터 원유 거래 차단 등 대(對)이란 제재를 전면 재개한 가운데, 한국 등 8개국을 한시적 예외국가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美 ‘이란 제재’ 2단계 전면 복원
한국 포함 8개국엔 예외 인정
“美, 제재로 정권교체 조장 시도”
이란, 트럼프 재선 실패 기대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정부는 5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전면 복원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날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이란에 대한 제재 복원과 관련해 개인, 기업·단체, 항공기, 선박 등 700개 이상의 대상에 대한 제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란과 관련해 제재를 받는 대상은 900개가 넘는다. 이는 하루에 가해진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압박 조처로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다만 재무부는 이번 제재에서 인도주의적 차원의 승인과 예외 허용 입장은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에 대한 농산물, 식물, 의약품 및 의료 기기 판매는 허용된다.

또한 원유 제재를 단행하면서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인도, 터키, 이탈리아, 그리스, 일본, 대만 등 8개국에 대해서는 한시적 예외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한시적 예외 인정’ 방침에 대해 “우리는 역대 가장 강경한 제재들을 부과하고 있지만, 석유에 대해서는 조금 더 천천히 가길 원한다”며 “왜냐하면 나는 전 세계의 석유 가격을 치솟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이날 워싱턴DC의 내셔널 프레스빌딩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처가 이란 국민이 아니라 이란 정권을 겨냥한 제재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중동 전역, 실제로는 전 세계에 걸쳐 폭력적이고 안정을 위협하는 활동들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는 이란 정권의 수입을 고갈시키는 것”이라며 “궁극적인 목표는 이란 정권이 현재의 혁명적인 행로를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에게 ‘새로운 핵합의’에 포함돼야 할 한층 까다로워진 12개 요구사항을 담은 새로운 합의를 체결하자고 요구했다.

플루토늄 재처리 금지, 모든 핵시설 완전 접근 허용, 기존 핵무기 제조 활동 신고, 탄도미사일 개발 금지, 핵탑재 미사일 개발 중단, 시리아 철군, 이스라엘 위협 중단, 예멘·레바논·이라크 군사 지원 중단, 억류 미국인 석방 등이다.

미국이 ‘도저히 이란이 수용할 수 없는 항복 문서’로 평가 받는 이 조건을 들고나온 데에 대해서는 미국이 핵합의 수정을 넘어 이란 정권의 교체까지 노리고 있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이란 정권은 정상국가처럼 행동하든지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보든지 선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종교국가인 이란의 현 통치를 ‘비정상’으로 보고 신정일치 통치의 근간인 이슬람혁명 정신을 포기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는 곧 친서방 정권으로의 교체를 의미한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는 이번 제재로 이란의 경제난이 악화하면 결국 이란 국민이 정권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도 섞여있다.

2015년 이란과 핵협상의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웬디 셔먼 전 국무차관은 올해 5월 “현 미국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직접적이지는 아니더라도 정권교체를 조장하려는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란 지도부에서도 미국의 제재 복원을 핵합의 수정을 위한 압력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은 이란의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다”며 “미국 현 정부의 이란에 대한 정책은 지난 40년간 어느 정권보다 적대적”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경제 압박을 버텨야 하는 이란 핵심부도 미국의 ‘정권교체’를 바라는 눈치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의 역사를 볼 때 국제법과 합의를 어긴 이나 인종주의자가 백악관에 입성한 적이 여태 없었다”며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트럼프의 임기가 하루빨리 끝나길 원하고 내가 만난 유럽 지도자들도 그렇게 말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가 있을 동안에는 경제적 타격을 입겠지만, 2년여 후 미국의 정권이 민주당으로 교체되면 미국이 핵합의에 복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때까지 버티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점에서 미국과 이란 모두가 상대방의 정권 교체라는 최종 목표를 두고 미국은 ‘최대 압박’을 이란은 ‘버티기’에 돌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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