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구출 시작..36시간 이상 소요

(코피아포<칠레>=연합뉴스) 칠흑 같은 절망과 사투를 벌여온 칠레 광부들이 지하에 매몰된 지 69일 만인 13일(이하 현지시각) 기어이 세상과 재회했다.

칠레 당국은 전날 밤 11시20분께 산호세 광산 붕괴 사고로 지하에 갇혀 있던 광부 33명에 대한 구조 작전에 공식 착수, 약 1시간 만에 첫 구출 대상자인 플로렌시오 아발로스(31)를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전날 밤 지하 대피용 갱도로 내려간 구조 캡슐은 갱도에 대기 중이던 아발로스를 싣고 이날 오전 0시11분께 지상으로 올라왔다.

갱도에서 지상까지 약 16분간 캡슐을 타고 올라온 아발로스는 70일간의 지하 생활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캡슐에서 스스로 걸어나왔다.

아발로스는 그를 향해 달려든 아내와 아이, 일가친척들과 감격의 포옹을 나눈 후 구조대원과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을 차례로 얼싸안았다.

이로써 근 70일 만에 햇빛을 본 그는 지하 깊은 곳에서 가장 오래 생존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광산 구조 전문가인 마뉴엘 곤잘레스는 전날 자정 직전 캡슐을 타고 지하 갱도로 내려가 33명의 광부들과 대면했다.

칠레 당국은 아발로스에 대한 구조에 성공한 직후 두번째 광부를 끌어올릴 캡슐을 지하로 내려 보냈다.

후속 구조는 마리오 세풀베다(40), 후안 안드레스 이야네(52), 매몰 광부 중 유일한 볼리비아 국적자인 카를로스 마마니(23) 등 순으로 이뤄진다.

구조의 전 과정은 칠레 국영 TV와 CNN 등에 의해 약간의 시차를 둔 채 생중계되고 있다.

이번 구조 작업은 `불사조'란 이름이 붙여진 캡슐에 광부를 1명씩 태워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구조팀은 몸 상태가 가장 좋은 4명을 먼저 구조한 뒤 고혈압.당뇨.피부질환 등이 있는 광부들을 꺼내 올린 다음 마지막으로 작업반장인 루이스 우르주아를 구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1명당 구조시간이 약 1시간씩으로 33명 전원을 구출하는 데에는 총 36-48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칠레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이번 구조 작전을 위해 광산 기술자와 구조 전문가, 의료요원 등 250여명이 동원됐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구조 대상자의 몸 상태는 캡슐에 부착된 소형 비디오 카메라, 쌍방향 소통수단, 광부들의 배에 부착하는 생체 모니터 등을 통해 실시간 점검된다.

또 광부들은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비,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한편 산소마스크, 혈전 방지를 위한 특수 양말, 스웨터 등을 착용한 채 지상으로 나오게 된다.

아울러 낮에 구출되는 광부는 시력 보호를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케 된다.

구조된 광부는 앰뷸런스편으로 수백m 떨어진 간이 진료시설에서 간단한 검진을 받고 헬기를 타고 코피아포의 한 병원에 이송돼 48시간 동안 정식 진료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광부들은 가족 일부와 만나게 되지만 `정식 상봉'은 이틀간의 검진 및 진료과정이 끝나야 가능하다.

현장에는 1천명 이상의 내외신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지만 전 구조과정에 대한 취재는 정부 측 사진사와 칠레 국영 TV 취재인원들에게만 허용되고 있다.

칠레 국영 TV는 돌발 사태 발생 가능성에 대비, 30초 이상 시차를 두고 구조 상황을 생중계하고 있다.

광부 33명은 지난 8월5일 산호세 광산 갱도 중간 부분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지하 약 700m 지점에 갇혔다.

대다수 광부가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됐으나 매몰 17일 만인 8월22일 `피신처에 33명이 모두 생존해 있다'고 적힌 쪽지가 탐침봉에서 발견되면서 이들의 생존사실이 처음 알려졌고, 전 세계의 이목이 칠레로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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