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저자 : 안부수, 출판사 : ㈜아시아)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저자 : 안부수, 출판사 : ㈜아시아) 

안부수 아태협 회장, 14년간 해외 유골 모아 국내 안치하기까지 ‘처절한 몸부림’ 과정 담아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일제 강점기에 아버지는 면서기에게 속아서 후쿠시마 탄광으로 끌려갔다. 2년만 일본에 가서 일하면 적잖은 돈을 모을 수 있다는 말에 넘어간 것이었다. 그곳은 한마디로 지옥이었다. 사람이 살 곳도 일할 곳도 아니었다.”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희생자들의 유골 봉환에 얽힌 생생한 이야기가 출간됐다.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이 지난 2004년부터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봉환 사업에 착수,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곳곳을 수백 차례 탐방하고, 2009년, 2010년, 2012년 세 차례에 걸쳐 일본에서 177위의 희생자 유골을 고국으로 봉환해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에 안치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가 발간됐다. 

일제 강점기에 강제동원된 한인은 총 800만명(국내 650만명, 국외 150만명)에 이르며, 이중 성 동원(위안부)은 약 20만명으로 학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한인 유골이 해외에 방치돼 있지만, 우리 정부와 관심과 지원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단체가 유골 봉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료 수집에서부터 유골 발굴과 수습, 봉환에 걸리는 오랜 시간, 막대한 비용, 복잡하고 까다로운 국내외 행정절차는 정부기관이라야 해결할 수 있다.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저자는 정부나 기업의 지원 없이 자력으로 이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 지난한 과정과 숱한 우여곡절을 엮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은 안 회장이 유골 봉환 사업에 뛰어든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일본 후쿠시마 탄광에 끌려가 지옥 같은 노동 착취와 무차별 폭행을 당한 것은 물론 동료들이 탄광에 깔려 죽거나 감독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숨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야 했다. 안 회장은 “아버지는 그때마다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참아야 했다”며 “차라리 죽는 것이 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수없이 하면서도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목숨을 지켰다”고 회고했다. 

서울역 노숙자들의 도움을 받았던 일화도 소개하고 있다. 서울역광장에서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유골 봉환 자료 전시회를 열었을 때 노숙자들이 성금을 모으고, 전시회 질서 유지를 돕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안 회장은 그것을 ‘기적’이라고 회상한다. 그는 “밑바닥까지 내려가 있던 나는 이 작은 기적으로 새 희망을 품었다”며 “노숙자들이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데, 힘을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스스로를 추스렸다”고 했다.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국내 봉환 모습.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국내 봉환 모습.

경북 포항에서 태어난 안 회장은 2004년부터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한인 유골 발굴과 고국 봉환의 일에 뛰어들어 지난 십수 년 동안 수백 차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곳곳을 탐방했다. 2009년, 2010년, 2012년 세 차례에 걸쳐 민관 통틀어 한국 최초로 일본에서 177위의 노무인력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을 고국으로 봉환해 천안 망향의 동산에 안치했으며, 수습은 했으나 아직 고국으로 모셔오지 못한 약 3000위의 유골을 일본에 보관해놓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일본·중국·필리핀·태국·베트남·마샬제도·중앙아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각처에서 가입한 아태협 회원은 현재 85만여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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