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5일(미국 동부 시간 기준) 0시부터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를 복원한다. 사진은 지난 5월 이란 핵합의(JCPOA) 탈퇴를 선언하는 각서에 서명한 뒤 들어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이란 테헤란에서 국민들에게 미국의 경제재재에 대한 강경 입장을 TV 연설을 통해 천명하고 있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출처: 뉴시스)
미국 정부가 5일(미국 동부 시간 기준) 0시부터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를 복원한다. 사진은 지난 5월 이란 핵합의(JCPOA) 탈퇴를 선언하는 각서에 서명한 뒤 들어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이란 테헤란에서 국민들에게 미국의 경제재재에 대한 강경 입장을 TV 연설을 통해 천명하고 있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정부가 5일(미국 동부 시간 기준) 0시부터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를 복원한다.

2015년 7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타결에 따라 이듬해 1월 핵무기 개발 의혹에 대해 이란에 부과한 제재를 완화한 지 2년 10개월 만이다.

앞서 미국은 5월 8일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8월 7일 1단계 대이란 제재를 재개했다. 이번에 재개되는 2단계 제재는 이란의 생명줄 격인 원유, 천연가스,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국영석유회사(NIOC), 국영선박회사, 이란중앙은행 또는 이란 내 은행과 금융 거래를 막는다는 점에서 ‘본 제재’로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이 같은 제재는 이란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핵합의를 수정하려는 의도다. 기존 핵합의로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완전히 포기하도록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수정된 핵합의엔 이란의 역내 군사 개입,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포함됐다. 

이에 이란 정부는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미국의 요구에 절대 응할 수 없다는 ‘저항경제’를 외치고 있다.

저항경제란 서방의 제재에 대응해 자급자족의 경제 순환 구조를 구축해 최대한 외부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란 정부 역시 미국의 제재로 발생한 경제난에서 헤어나오기 어렵다는 점을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다.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하자 이란 리알화의 가치는 3분의 1로 폭락했고, 물가는 급등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비공식 환율은 핵합의가 이행된 2016년 1월 달러당 3만 리알에서 현재 15만 리알까지 5배로 올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제재로 앞으로 몇 달간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정부와 국민, 모든 경제 주체가 힘을 합한다면 이런 어려움이 계속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부는 자국민에게 국산품을 애용하고 해외여행을 줄이자며 ‘애국심’을 호소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의 영향력이 비교적 적은 러시아, 중국, 터키, 인도, 중앙아시아 등과 우호를 다지면서 제재를 피하는 우회로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란의 원유 수출을 금지한 2012년 제재와 달리 유럽은 이번 미국의 제재 복원에 동참하지 않았다. 유럽은 이란이 핵합의를 준수했으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파기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5일 실제로 제재가 시작되면 이 같은 유럽의 약속이 정치적 제스처에 그칠지, 미국의 일방적 합의 파기에 대항하면서 적극적으로 이란과의 교역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2014년 중반부터 계속된 저유가가 상승하는 흐름에 접어드는 상황은 이란에 우호적이다. 올해 상반기 하루 평균 250만 배럴의 원유를 국제 시장에 공급한 이란의 원유 물량이 제재로 없어지면 유가가 급등하고, 이를 통해 수출 금액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강력한 제재로 이란 경제를 어렵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심이 동요해 정권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우리 정부도 싫지만, 미국은 더 싫다’는 반미 정서가 현지 이란 젊은 층 사이에서 퍼지면서 이 같은 미국의 바람이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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