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교민 C모씨 "아직도 가슴이 벌렁"

(알마티=연합뉴스) "전쟁 중에도 그럴 수는 없습니다. 테러 진압보다 더 무자비하게 한국인들을 다뤘습니다."

우즈베키스탄 당국이 지난 9일 한인 소유 골프장을 무차별 단속하는 현장에 있었던 교민 C 모(59) 씨의 전화선으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사건이 발생한 지 3일이 지났음에도 격앙돼 있었다.

그는 우즈벡 최고 권력기관인 국가보안부 직원을 비롯해 세무서 직원과 복면을 한 50여 명의 경찰이 한국인 소유 골프장뿐 아니라 골프장 내 골프텔에 투숙한 한국인 관광객 방에 갑자기 들어 와 압수수색하면서 총을 겨누기도 했다고 12일 연합뉴스에 전했다.

현지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교민 C 씨는 골프장 소유 업체인 (주)신동에너콤의 우즈벡 진출 20주년 골프대회 참가를 취해 9일 오전 7시 20분 쯤 레이크 사이드 골프장을 갔다.

그런데 총을 들고 복면을 한 경찰들이 클럽 하우스 입구에서 출입을 막은 채 무조건 나가라면서 거칠게 행동했다. 안을 들여다보니 똑같이 복면을 한 경찰들의 감시 하에 공무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류를 끄집어내고 전표 등을 압수하는 등 내부가 난장판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전날 한국에서 온 30여 명의 관광객이 골프장 내 골프텔에 투숙하다가 새벽에 겪은 일을 알게 됐다.

관광객들이 두려움에 떨며 C 씨에게 전한 말에 따르면, 복면을 한 경찰들은 새벽 5시쯤 무작정 방문을 걷어차고 들어와 압수수색을 했으며, 심지어 한 여성 관광객은 샤워하던 중 이들이 들이닥쳐 혼비백산했다.

영문도 모른 채 당하던 60대 중반의 두 한국인이 이들에게 항의하자 경찰들이 골프장 잔디밭에 롼역으로 엎드려 놓고 전자총으로 위협했다.

이런 가운데 한 골프장 직원이 "이들은 외국인들이고 손님이다"라고 말하자 경찰은 그 직원마저 곤봉으로 내리쳤다.

이들은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한국 대사관의 신기원 영사가 압수 수색을 하려면 영장이나 명령서를 가지고 오라며 강력히 항의했지만, 오히려 영사의 행동을 비디오로 찍을 뿐 안하무인격이었다고 C 씨는 전했다.

오전 10시 30분 쯤이 돼서야 복면을 한 세무서원과 경찰들은 서류와 금고, 휴게실에 있는 맥주 등 식음료까지 챙긴 뒤 버스를 타고 사라졌다.

우즈벡 당국의 보복이 두려워 익명을 요구한 이 교민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도 이미 3번이나 이와 비슷한 경우를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린다면서 우즈벡이 한국과 경제협력을 앞세우며 투자유치를 호소하면서도 이처럼 상식 이하의 일이 벌어지는 것에 분개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우즈벡 수도 타슈켄트에서 58개국이 참여한 세계 태권도 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가운데 벌어졌다면서 우즈벡 정부는 반드시 관련자 문책과 사과를 해야 하며, 우리 정부는 분명한 사과와 조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 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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