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남자의 건강 지키미 안효숙(61) 씨. 그는 건강에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 메모하고 본다. 안 씨는 평소 건강에 관련된 기사나 요리법이 적힌 메모지를 가방에 넣고 다니며 시간이 날 때마다 읽는다고 전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38년간 고집스럽게 아침밥 차린 안효숙 씨

“우리 가족 건강 챙기는 건 당연히 내 몫이죠”
남편이 꼽은 건강 유지 비결, 아내의 아침밥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안효숙(61) 씨의 집 세 남자는 모두 삼성 계열사에 근무한다. 삼성화재 미래로 대리점 대표로 재직 중인 남편 이병식(70) 씨부터 삼성전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첫째 아들 성진(38) 씨와 삼성물산에 다니는 둘째 아들 우진(33) 씨까지.

각자 노력의 결실로 대기업에 종사하게 된 것이지만,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기업 입문을 가능하게 한 뒷심에는 38년간 고집스럽게 아침을 차려줬던 안 씨의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족들의 평가다.

안 씨에게는 철칙이 있다. 결코 세 식구가 밥을 굶고 문을 나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한 번도 밥을 굶기고 보낸 적이 없어요. 영양학적으로 몸 어디에 좋다는 걸 알고 한 건 아니예요. 아침 식사는 유일하게 가족 모두가 모여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 꼭 챙겨주고 싶었죠.”

그는 가족이 아침을 먹지 않으면 간편히 사 먹을 수 있는 밀가루 음식으로 대체해 먹거나 굶으면 건강이 악화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아침밥을 꼭 먹어야 점심시간에 과식하지 않게 되고 오후에도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어떠한 이론에 근거한 설명은 아니었지만 안 씨는 우리 몸이 이치적으로 알고 있는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며 38년 동안 아침 밥상을 차려왔다.

◆ 안 씨네 아침 풍경
안 씨의 아침은 조금 독특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족에게 과일부터 먹인다. 제철과일 위주로 봄에는 딸기, 여름에는 토마토, 가을에는 사과 등으로 아침을 먹기 전 부담되지 않게 과일 한 조각을 먹여 잠든 뇌를 깨웠다.

이렇게 하면 숙면 동안 공복이었던 위가 에너지를 얻게 되고, 씹는 동안 뇌가 자극되면서 피곤을 덜게 되는 효과가 있다. 아침밥은 반드시 과식하지 않는다. 밥은 공기로 3분의 2 내지 3분의 1을 준다.

안 씨는 “아침과 점심 사이의 간격이 짧아 너무 많이 먹으면 점심을 적게 먹게 되고, 적게 먹으면 사이에 군것질을 하게 되니 3분의 1 이상이 가장 적당하다”고 전했다.

세 번째 원칙, 아침은 반드시 ‘밥’으로 먹는다. 안 씨의 세 가족에게 밥을 대체한 식사란 있을 수 없다. 안 씨는 밥을 부담스러워 하는 식구에게는 누룽지를 끓여 젓갈이나 김치 등 가벼운 반찬을 내 꼭 밥을 먹인다고 전했다.

안 씨네 가족은 아침밥 반찬은 조금 싱겁게 먹는다. 아침 메뉴도 자극적인 고기나 밀가루 보다는 국도 맑은장국·콩나물국·미역국 위주의 간편식으로 먹어 위의 부담을 줄인다.

안 씨가 이렇게 철칙을 지키는 것은 “내가 만든 음식이라야 가족이 건강하다. 건강해야 일도 잘한다”는 뿌리 깊은 믿음에서 비롯한다.

38년의 결혼 생활. 이젠 요리법을 안 보고도 웬만한 건 만들어 내는 주부 100단이지만 사실 안 씨는 결혼할 때까지 친정에서 요리 한번 제대로 안 해보고 자랐다고 했다.

24살에 시집온 안 씨는 당연히 가족이 먹어야 하는 음식은 내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봤기에 결혼 1년 차부터 물어물어 보리된장, 고추장 등을 손수 담가 먹었다. 그 신념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아침은 반드시 ‘밥’으로, 양은 3분의 1이 적당
식전에 과일 한 조각 먹으면 잠 깨는 데 도움

▲ 안효숙 씨의 메모 노트. 오징어 불고기를 만드는 요리법이 빼곡이 적혀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
사실 안 씨는 가족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EBS 요리 방송을 즐겨본다는 그는 방송에 나온 레시피를 적은 책자만 해도 수십 권이 넘는다고 했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나가다 듣게 된 요리 이야기, 맛 집에서 본 요리법, 신문 등에서 스크랩한 요리와 건강에 관한 기사라면 모두 수집해 놓는다.

안 씨는 “요리법을 적은 노트는 반드시 갖고 다니면서 보고, 미처 읽지 못한 신문 기사는 가방에 넣고 이동하는 시간에 틈틈이 읽는다”고 말했다.

물론 아침밥 먹기에 시련(?)도 있었다. 자녀가 재수를 했을 당시 서울 노량진 학원에 아침 수업을 들으러 가기 위해선 새벽 4시 반에는 아들이 집에서 나가야 했다. 그러려면 안 씨의 기상 시간은 늦어도 4시는 돼야 했다.

하지만 안 씨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밥을 해 먹였다. 2번 아침밥을 할 수 없다는 엄마의 엄포에 4가족이 모두 새벽 4시 반에 식탁에 마주 앉아야 했지만.

◆ 아침밥이 준 선물
아무튼 두 아들은 늠름하게 자라 명문대학에 입학했고,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고 다닐 만큼 곧게 자랐다. 특히 둘째 아들은 일본 동경대학교를 졸업해 일본학술진흥회 특별연구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남편 이병식 씨는 어느덧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활발한 사회활동을 할 만큼 건강을 자랑한다.

남편 이 씨는 “이젠 아침밥 먹는 게 자연스러운 습관이 됐다”며 “아침밥 덕분인지 지하철 네 정거장 이상은 일부러 걸어서 출근할 만큼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밥이 주는 건강한 에너지는 가정은 물론 가족들의 사회생활에도 생기를 주고 있다. 안 씨는 남편과 아이를 출근시키고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지난 5일 서울시 강동구 상일동 소재의 ‘한국시각장애인복지재단’에서 만난 안 씨는 장애인들을 위한 교재 녹음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안 씨가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해 온 지도 언 5년. 이외에 88올림픽에서 통역관으로 자원봉사를 해왔던 안 씨는 대전엑스포, 세계 연극제, 동·하계 아시안 게임, G20 정상회의 통역 봉사자 활동 등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예순이 넘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젊음과 남을 도울 줄 아는 따뜻한 여유까지 ‘밥’이 준 선물은 아닐까.

안 씨는 “시간이 없어 밥을 못 먹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전날 쌀을 씻어놓고 양치질할 시간 동안 기다리면 밥이 되지 않느냐”며 “장기적인 가족 건강을 위해서라도 손수 차린 밥으로 아침을 먹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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