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스님의 생전 모습. (출처: 연합뉴스)
일당스님의 생전 모습.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그림 그리는 ‘화승(畵僧)’으로 살다 입적한 일당스님이 남긴 작품을 멋대로 처분한 자칭 제자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일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 송유림 판사는 횡령 혐의로 기소된 고모(66)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씨가 (일당스님으로부터) 그림을 위임받아 보관한 취지에 반해 임의로 처분하고, 이익금 중 상당 액수를 개인적으로 사용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형량을 정한 배경에 대해 재판부는 “고씨의 범행으로 (일당스님의) 유가족은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정서적 가치도 상실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에 따르면 고씨는 2012년부터 스님의 시중을 들면서 그림을 배우는 문하생으로 지냈다. 그러던 중 고씨는 그림을 팔아 박물관을 짓는다는 명목으로 2014년 7월 일당스님으로부터 그림 64점을 위임받아 보관하다가 같은 해 12월 스님이 입적한 직후 처분해 수억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박물관 건립 사업은 실제 진행되지 않았고, 일당스님 유족이 그림들을 돌려달라고 했으나, 고씨는 이를 거부하고 그림을 판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에서 고씨는 위임받은 그림 중 30점을 한 기업에 3억원 가량에 팔고 15점은 썩어서 버렸으며 나머지 몇 점을 주변에 무료로 나눠줬다고 진술했다.

일당스님의 그림은 호당 700만∼800만원 정도에 형성돼 있어 실제 가치는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당스님은 일제강점기 유학파 출신 문인이자 한국 불교 최고의 여승으로 불린 일엽스님(1896∼1971)이 출가 전 일본인 오다 세이조와 만나 낳은 아들이다.

일당스님은 이당 김은호(1892∼1979) 화백에게서 그림을 배웠으며, 일본 도쿄 제국미술학교에서 공부했다. 한일 양국에서 화려한 색감의 불화나 인물화를 그리는 동양 채색화 기법으로 작품 활동을 하다가 66세의 나이로 출가해 화승으로 살았으며 2014년 12월 25일 입적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