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화문광장에서 80년 전 한국교회의 신사참배를 회개하는 기도회가 열렸다. 이날 각 교단 총회장들이 밝힌 회개 내용은 80년 전 일제의 총칼에 굴복해 신사참배라는 우상숭배의 중한 죄를 범한 것, 6.25 한국전쟁으로 인한 남북 분단에 평화와 화해를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지 못한 것, 과거 군사독재와 민주화 과정에서 보수 진보로 나뉘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 교회 분열로 주님이 한국교회에 부여하신 시대적 선지적 사명을 바로 감당하지 못한 것 등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장로교 목회자들은 신사참배가 종교행위가 아니라며, 일본 천황신 앞에 절하고 일제에 비행기까지 헌납했다. 그러나 80년 만에 이뤄진 회개기도회에 정작 회개에 나서야 할 목회자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특정교회 교인들만 보였다. 날씨 탓에 기도회도 졸속으로 이뤄졌다. 눈물 콧물 쏟으며 회개하는 모습도 없었다. 더군다나 배부한 순서지에는 회개기도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의심스럽게 하는 헌금봉투가 같이 있었다. 돈은 일만 악의 뿌리라 했다. 80년 만에 이뤄진 회개기도회에서도 헌금봉투를 돌리는 행태는 할 말을 잃게 한다. 

이날 사회자가 개회를 선언함과 동시에 돌풍과 천둥, 번개, 폭우가 내렸다. 특정 종교를 믿지 않더라도 인간은 양심상 예기치 못한 이상기후가 나타나면 ‘하늘이 노했나’ 하는 두려운 마음을 갖게 된다. 더더군다나 하나님을 섬기는 지도자들이라면 회개기도회와 함께 시작된 천둥, 번개, 폭우, 돌풍의 의미를 한번쯤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날 설교를 한 목사는 이후 소속 교회 주보에 ‘한국교회는 끝까지 버티다 교회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신사참배를 했다’고 변명했다. 이는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고 신앙의 절개를 지킨 신앙의 선배들을 욕보이는 망언이다. 이런 목회자들이 주도한 80년 만의 회개를 신은 과연 인정했을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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