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지난 1년 6개월은 ‘함께 잘 살기’ 위해 우리 경제와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던 시간이었다”며 ‘포용국가론’의 비전을 제시했다. 기존의 ‘소득주도성장론’에서 이번에는 ‘함께 잘 살자’는 의미가 대폭 강화된 개념으로 보인다. 경제침체 속에 양극화마저 확대되는 최근의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3년차부터는 ‘포용국가’라는 개념 속에 경제정책의 핵심 기조가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도 시인했듯이 경제성장과 그 결실이 특정 계층으로 집중되고 있을 뿐더러 아파트값 상승 배경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민이 경제적으로 ‘루저’가 되는 현실에서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성장의 작은 결실마저 국민 다수의 것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을 ‘포용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예산’으로 소개하며 일자리 예산 22% 증대와 연구개발 예산 20조원 배정을 강조했다. 그리고 근로장려금(EITC) 등 가계소득 및 사회안전망 강화 예산 증액, 생활 SOC 등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예산 등으로 나눠서 설명했다. 그리고 정부의 예산안 방침을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국회를 설득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각 상임위와 예결특위를 통해 470조 5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간 셈이다. 물론 예산안처리는 법적 시한이 정해져 있기에 과거처럼 ‘무한 정쟁’으로 갈 사안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려하는 것은 설사 법적 기한은 지킨다고 하더라도 졸속 심사와 주고받기식의 거래가 더 심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차기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뿐더러 경제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주고받기식의 거래가 더 용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예산이 과연 효율적으로 적재적소에 투입되고 있는지 여전히 의문을 갖는 국민이 많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예산안 설계부터 심의까지 곳곳에 구멍이 뚫린 채 ‘돈잔치’의 가능성이 농후했던 사업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회는 이를 알고도 감액과 증액으로 본질을 호도해 왔다. 예산안 심의에 대한 불신의 큰 배경이 된 셈이다. 게다가 예산안 심의 막판에 쏟아지는 이른바 ‘쪽지예산’은 고질적인 적폐가 된 지 오래이다. 과연 이번에는 ‘포용국가’의 정책기조에 맞게 여야가 각자의 신념과 정책으로 머리를 맞대고 경쟁할지, 그리고 그 속에 ‘당리당략’보다 ‘국민의 이익’이 앞서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국민 모두가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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