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근 한 달 동안 원·달러 환율의 하락 폭이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기준환율은 지난달 10일에 견줘 4.59%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다른 아시아 주요국 통화의 미국 달러화 대비 하락폭은 싱가포르 달러화 2.60%, 태국 바트화 2.59%, 일본 엔화 2.23% 등 최대 2%대에 머물렀다.

미국의 거센 환율 조정 압력을 받는 중국 위안화는 1.68%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0.86%), 말레이시아 링기트화(0.18%), 홍콩 달러화(0.15%) 등은 하락 폭이 미미했다.

연중 고점과 대비해도 원·달러 환율의 하락 속도는 매우 가파르다.

원·달러 기준환율은 지난 6월11일 1,261.5원까지 올랐다가 12일 1,115.4원까지 하락해 4개월 사이 11.58%나 내렸다.

반면 중국과 동남아시아 4개국의 미 달러화 대비 환율은 올해 1~2월 연중 고점을 기록하고 최근까지 한자릿수의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의 하락이 두드러지는 것은 자본 유출입이 매우 자유로운 우리나라의 환율 체제와 지정학적 위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환율제도 분류상 우리나라는 `free floating(자유변동환율제)'으로, 동남아 주요국은 `floating(변동환율제)'으로 돼 있다. 환율 결정을 상당 부분 시장에 맡긴다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비교 시점에 따라 하락 폭은 크거나 작게 보일 수 있지만 문제는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크고 최근 시장의 기대심리가 (하락 쪽으로) 쏠려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이규복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때 겪은 대규모 자금 이탈을 분석한 이날 보고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제 금융시장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상대적으로 자금을 회수하기가 쉬운 우리나라 시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론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추가 하락이 점쳐진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민정 연구위원은 "주요 선진국의 양적 완화 정책과 `환율 전쟁'의 틈바구니에 낀 우리나라에는 환율 하락 압력만 작용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와 국제결제은행이 지난 8월과 9월 발표한 `실질 실효환율지수(대내외 거시경제가 균형을 이루는 환율 수준)'로 보면 원·달러 환율은 10~11%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지나친 쏠림 현상을 제어하려면 당국의 인위적 개입보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외국인의 비중이 커 투기심리가 한쪽으로 몰리면 다른 나라보다 환율 변동 폭이 커진다"며 "자본 유입에 과세하는 등 최소한의 여과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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