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위치한 교황청 대사관 정문 앞에서 경찰과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출처: 로마 AP=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위치한 교황청 대사관 정문 앞에서 경찰과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출처: 로마 AP=연합뉴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있는 교황청 대사관에서 사람의 뼈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교황청은 지난달 30일 밤(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로마 중심가에 있는 주이탈리아 교황청 대사관 건물에서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하던 도중에 인골이 발견됐으며, 이를 이탈리아 당국에 즉각 신고했다고 밝혔다.

성명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31일 현지 언론인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문제의 유골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9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이 뼈들이 35년 전에 발생한 10대 소녀 2명의 실종 사건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발견된 유해의 두개골과 치아 등을 두 소녀의 DNA와 대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1983년 6월 로마에서는 당시 15세이던 에마누엘라 오를란디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40일 전에는 미렐라 그레고리라는 16세 소녀가 종적을 감추는 등 2건의 유사한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오를란디는 실종 당시 시내 한복판에서 플루트 레슨을 끝마친 것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집에 귀가하지 않았고, 그레고리는 집으로 걸려온 인터폰을 받고 친구를 만나러 나간 뒤 사라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소녀들의 납치, 살해 가능성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뚜렷한 실마리를 발견하지 못해 이들 사건은 결국 이탈리아 최악의 미제 사건들로 남았다.

두 소녀는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였으나, 경찰은 두 건의 실종 사건이 서로 연관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벌여 온 것으로 전해졌다.

오를란디가 교황청 직원의 딸이었기 때문에 그의 실종은 각종 음모론을 낳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1981년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암살을 시도했다가 투옥된 터키 출신 용의자의 석방을 끌어내기 위한 세력에 의해 오를란디가 납치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가 교황청 내부의 성범죄자에 의해 희생됐다거나, 그의 실종이 교황청과 마피아 사이의 검은 거래와 연관됐다는 각종 미확인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번 일이 무려 35년 동안 철저한 미스터리로 남아 이탈리아 역사상 최악의 실종 사건으로 꼽히는 두 소녀와 연루된 사건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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