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시론] 편견과 선입관을 버리자
[천지일보 시론] 편견과 선입관을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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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오색찬란함을 만끽하기도 전에 어느덧 겨울이 성큼 다가온 것만 같은 추위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드는 날씨다. 계절이야 자연의 이치에 따라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그리고 겨울이 오는 것이 당연하지만 계절에 상관없이 사람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드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어인 까닭인가.

무엇보다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외부에서의 괴롭힘이 큰 원인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경남 창원에서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던 한 원장이 보건복지부 감사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은 뒤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도 했다. 유족에 따르면 최근 유치원과 어린이집 비리 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스트레스를 받던 중 자신이 운영하고 있던 어린이집이 감사 대상에 포함된 것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물론 잘못이 있다면 그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어떤 문제나 사건이 터지면 그것을 다수의 사람들이 일반화시킨다는 것에 있다.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만연하다니까 분명 이 유치원도, 이 원장도 똑같이 비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결국 그 집단에 속한 불특정 다수를 심각한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고질적인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그 어느 분야, 어디에서건 비리는 존재한다. 정경유착과 관련된 비리는 이미 대한민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으며, 우리는 그 과정을 지켜봤다. 서로 책임지려는 것은 없이 책임을 전가하려 하거나, 숨기기에 바빴다. 그 어떤 것이든 권력과 욕심, 명예욕을 버리지 않는 한 이런 고질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보다 더한 사회문제가 있으니 바로 학교폭력에 대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여전히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높다.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25.8명으로 하루 평균 36명, 연간 1만 3092명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OECD 국가 평균 11.6명을 훨씬 웃도는 실정이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급속도로 성장한 나라이지만, 또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라고는 하지만,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학교폭력과 가정폭력에 노출된 사람들, 극심한 취업난 등으로 심적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 우리가 그들에게 과연 ‘스스로 목숨을 끊을 그 결단으로 못할 것이 없다’는 말을 쉽게 내뱉을 수 있을까. 또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지금 한 끼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빈곤한 노인들의 문제도 묵과할 수 없다. 삶의 무게는 서로 다를지 모르지만, 생명의 무게는 결코 다르지 않기에 사회에 만연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

학교와 가정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이제 더 이상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녀 사이에 일어나는 데이트 폭력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세상이 흉흉해져 타인의 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두려울 수 있다. 자칫 그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근본 문제, 폭력이 발생하는 그 근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는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내 자식이 귀해도 사람다움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 밥상머리 교육이라 했다. 잘잘못을 따져 훈계도 할 줄 알아야 한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비록 아직까지는 학벌 위주의 사회라 할지라도, 지금부터라도 인성을 바르게 키우는 것부터 가르쳐야 한다. 획일화된 교육 속에서 성적이 학생을 판단하는 척도가 돼서는 안 된다. 각자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며, 직업이나 학벌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고 판단하는 문화는 이제 뽑고 파괴해야 한다.

끔찍한 사건·사고를 알리는 기사에 달린 댓글들 중에는 ‘열등감’ ‘열폭(열등감 폭발)’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렇다면 그 열등감, 열폭은 누가 만들어낸 것인가. 어쩌면 우리 모두가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진 우열(優劣)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리 잡은 편견과 선입관을 없애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자살률 1위는 언제까지고 따라 붙을지도 모르는 불명예가 될 것이다.

자살률을 낮출 수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잘못 심겨진 편견과 싸워 이기는 것, 그것을 바로잡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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