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이 어렵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9일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경영자총협회 회장단 20여명을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면서 언급한 말이다. 이 자리에서 손경식 한국경총 회장을 비롯한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 20여명은 한국기업이 처하고 있는 경제현실을 토로하면서 특히 “최저임금이 무섭게 올라 기업을 경영하기 두려울 정도”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이로 인해 영세 기업들이 폐업 직전 상태에 있다는 애로도 함께 전달했다.

CEO들은 우리 사회의 대(對) 기업관에 대한 고충을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던바 특이한 점은 “우리 사회가 기업인을 죄인 취급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경제가 제대로 못 움직인다는 말도 곁들었다. 기업인들의 주관적 입장에서 본 하소연이기는 하나 그냥 지나칠 말은 아니다. 국내외 경제현실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겠지만 현실을 둘러싼 경제 환경보다 더 어려운 것이 기업인들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시각이요, 반(反)기업 정서다.

계속되는 내수부진과 불확실한 경제 전망 상황을 맞고 있는 대표 기업인들의 일방적인 푸념이라 해도 한국사회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고, 또 비즈니스 커뮤니티에 대한 존경심이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가 없다. 이와 관련해 일찍이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知韓) 경제학자인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대학 교수가 내놓은 진단도 맥락이 같다. 자본주의 국가나 1세대 기업 중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흠이 없는 기업은 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고 미국, 독일이나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어느 나라 사회든 기업에 대해 지나치게 도덕적인 완벽성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기업이 국가·사회에 미치는 영향에서 마이너스적인 요소보다 플러스적인 요소가 더 많으면 사회에서 포용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파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기업의 부패를 눈감아 주자는 의미는 아닌 것 같다. 경제가 어려운 현실에서 한국 대표기업 CEO들이 국민의 차가운 눈초리를 인식하고 심기일전해 국민과 국가를 위한 경제발전에 적극 나서는 것이 우선이라 하겠다. 기업이 우리 사회에 플러스적 영향을 많이 미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과실에 대해서 정부와 사회가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것은 그 다음 후차적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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